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원내1당 지위를 놓치게 되는 민주당은 원내지도부 라인을 통해 국민의당에 연정 내지 연대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내에서도 “민주당과의 통합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 대통합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내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원내1당 지위를 놓치게 되는 민주당은 원내지도부 라인을 통해 국민의당에 연정 내지 연대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내에서도 “민주당과의 통합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의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철수 대표와 호남출신 중진 의원들은 지난 10일 여의도에서 저녁 만찬 회동을 갖고 당의 정체성 및 향후 노선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중진 의원들은 “민주당과의 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연정’이라는 표현은 정책적 연대 내지 협치의 필요성을 전하는 과정에서 잘못 전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연정이라는 단어를 다소 성급하게 쓴 것 같지만 일부 중진들은 그 표현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적폐 청산 등 개혁 입법 과제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정도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대표도 “제왕적대통령제 아래에서 연정이 된 사례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도 최근 국민의당 원내지도부를 통해 ‘협치 시스템’ 구축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의당과의 연대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 내에서는 박지원 전 대표가 “민주당과의 통합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12일 교통방송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른정당 통합파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들이 ‘바른정당 갖고는 선거를 할 수 없다’ 그래서 뿌리가 흔들린다고 한다. 15명 정도의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며 “대개 보면 정치는 당신이 깨지면 우리도 깨지고 우리가 통합되면 당신도 통합된다. 이상하게 지금까지 쭉 그래왔다”고 민주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전 대표는 민주당과 연대를 해야 하는 이유로 바른정당의 분열을 꼽았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쟁점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180석 이상이 필요하다. 민주당(121석)이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국민의당(40석), 정의당(6석), 새민중정당(2석)과 정책적 연대를 할 경우 169석이 확보된다. 민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을 포함해도 170석으로 기준 미달이다. 20석을 가진 바른정당이 이 연대에 합류할 경우 쟁점법안 통과가 충분하지만, 바른정당 의원 중 11명만 한국당으로 가더라도 국회는 ‘식물국회’로 전락해 공회전만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 전 대표는 아울러 “국회의장은 제1당이 갖는 관습이 있다. 만약 국회의장을 한국당이 가져간다고 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두 개의 복병에 처하는 것이다. (바른정당의 분열로) 180석이 무너진다면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정운영이 암초에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뿌리가 같기 때문에 서로 함께 할 수는 있지만 통합까지 간다고 하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양당제를 완충시키는 다당제 민의를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고민스럽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는 “정책연대는 할 수 있지만 통합까지는 총선 민의 때문에 어렵다. 저로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대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과 통합을 고민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에 대해 “그것은 옛날 이념정당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우리는 그런 이념 양극단의 대결을 깨고자 만들어진 정당이다. 그 (통합) 논리는 바로 우리당을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것에 반하는 생각”이라며 “그런 생각을 하는 분들은 없으리라 믿는다”고 일축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정확한 워딩을 제가 못봤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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