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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현대·기아차의 미래를 엿보다… ‘2017 R&D 아이디어 페스티벌’
현대·기아차 ‘2017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이 12일 남양 기술연구소에서 열렸다. <시사위크>

[시사위크|화성=권정두 기자] 12일, 현대·기아자동차 남양 기술연구소에서는 ‘2017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이 열렸다.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Beyond the car(자동차를 넘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2010년 처음 시작된 행사다.

‘2017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지난 3월 참가모집을 시작했으며, 4월엔 PT심사 등 예선을 통해 본선 진출 8개팀을 선정했다. 이후 본선 진출 팀들은 1박2일의 아이디어 컨퍼런스와 7월 1차 심사 및 9월 2차 심사를 거쳤고, 이날 아이디어 발표 및 시연을 통해 최종 평가를 받았다.

아쉽게도 이날 비가 내린 탓에 야외에서 준비됐던 행사는 급히 실내로 옮겨졌다. 야외에 비해 기술 시연에 제약이 있었지만,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의 참신하고 진정성 있는 아이디어와 이를 구현해낸 열정을 확인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장소가 실내로 옮겨지면서 시연하지 못한 ‘쉘터’라는 이름의 아이디어를 제외한 7개 아이디어가 내·외신 기자단 및 임원들 앞에 선보였다. 현대·기아차의 미래까지 엿볼 수 있게 하는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차례로 소개한다.

◇ 쉘터

사랑하는 ‘애마’를 가진 이들을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것은 혹시나 주차된 내 차에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옆 차에 의해 ‘문콕’이라도 당하면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취객에 의해 ‘묻지마 폭행’을 당하거나, 철없는 어린이들의 장난감이 되거나, 새똥의 흔적이 남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쉘터’는 이러한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해주는 보호자다. 물론 그동안 주차된 차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많았다. 커버를 씌우기도 했고, 전용 차고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차량 보호가 제한적이거나, 대중적일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자동 전동차고’인 쉘터는 차량을 반돔 형태로 감싸 보호한다. 보호 성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자동개폐가 가능하고, 접었을 때 크기가 크지 않아 누구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착한자동차’ 아이디어가 시연을 펼쳐보이고 있다. <시사위크>

◇ 착한자동차

교통법규를 무시하는 위법운전, 그리고 제멋대로 차선을 바꾸거나 과속과 급정거를 일삼는 난폭운전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도로 위의 위협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비극이 끊이지 않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착한자동차’ 아이디어는 사고 없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의 중심엔 가족과 아이가 있다.

원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잘 지키며 안전하게 운전을 하면, 차량에 설치된 프로그램이 이를 인지해 운전자를 칭찬하고 코인을 지급한다. 반대로 교통법규를 어기거나 위험하게 운전을 하면 프로그램이 혼을 내며 코인을 빼앗아간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규정 속도를 잘 지키면 칭찬과 코인을 주고, 차선변경 시 깜빡이를 켜지 않으면 이를 지적하며 코인을 빼앗아가는 식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엔 어린이 캐릭터 홀로그램이 등장하고, 어린이 목소리로 칭찬 및 성화가 이뤄진다. 어린이 목소리를 들었을 때 운전자가 안전운전을 하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반영했다고 한다.

안전운전을 통해 쌓은 코인으로 순위를 매기는 등 향후 커넥티드 카 기술과 함께 다양한 발전도 가능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택시 등에 우선 적용한다면, 여러 정책과 어우러져 도로 위의 안전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으로 안전벨트를 채워주는 ‘팅커벨트’ 아이디어를 시연하고 있다. <시사위크>

◇ 팅커벨트

차량에 탑승해 시동을 걸고, 운전을 시작하면 이내 울리는 경고음 소리.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것이다. 때로는 뒷자석에 태운 어린이의 안전벨트를 깜빡하거나, 스스로 풀어버리는 위험한 일도 적지 않다. 안전벨트는 곧 생명벨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팅커벨트’는 자동차 내 안전의 첨병 안전벨트에서 아이디어를 구현했다. 사람이 자리에 앉으면 자동으로 안전벨트가 착용되는 기술이다. 운전석 뿐 아니라 뒷자석에도 적용돼 어린이 또는 몸이 불편한 이들의 안전을 챙길 수 있다.

특히 이 기술은 고급차량에 적용돼 한층 높은 수준의 품격을 선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일부 고급차의 경우 운전자 체형에 맞게 자동으로 운전석 시트를 조정해주는 기술이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나온 로봇청소기가 차량을 닦고 있는 모습이다. <시사위크>

◇ 더스트 버스터

많은 운전자들이 자동차라는 편리함을 얻기 위해 감당해야 할 수고 중 하나는 바로 세차다. 특히 미세먼지 및 황사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세차로 인한 고민과 귀찮음도 더욱 커지고 있다.

‘더스트 버스터’는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마치 우렁각시처럼, 주차를 해두면 다음날 출근할 때 말끔한 차를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부지런히 차량 곳곳을 닦아낼 ‘로봇청소기’는 라디에이터 그릴 안을 ‘틈새 수납공간’으로 활용해 쏙 들어가 있다. 그러나 차량이 주차되고 나면 라디에이터 그릴이 열리며 로봇청소기가 등장해 스스로 차량 외부 곳곳을 이동하며 꼼꼼히 닦아낸다. 보닛과 지붕은 물론 차량 측면도 문제없이 닦아낼 수 있다.

이날 행사 진행을 맡은 개그맨 정성한 씨는 “보통 차를 사면 먼지털이를 사은품으로 줬는데, 앞으로는 로봇청소기를 줘야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모토노프를 장착한 자전거가 전동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시사위크>

◇ 모터노프

오늘날 우리는 자동차 외에도 다양한 이동수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확산하면서 이러한 이동수단도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되고 있다. 언제든지 쉽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카 쉐어링과 서울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자전거 ‘따릉이’ 등이 대표적이다.

‘모터노프’는 또 다른 개념의 이동수단이자 공유경제다. 우선, 모터노프는 전국 곳곳의 대여기계를 통해 쉽게 빌릴 수 있다. 바퀴 형태의 이 모터노프는 그 자체로 1인용 전동휠이 되고, 2개를 붙여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핵심은 이 모터노프를 일반 자전거나 휠체어, 유모차 등에 부착해 전동 이동수단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 기술은 기존의 일반 이동수단으로 아주 간단한 방식을 통해 전동 이동수단으로 바꿔준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높다 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심포니’ 아이디어를 시연하고 있는 모습. 차량에 경찰차 사이렌 소리를 들려주자 초록색 불빛이 들어왔다. <시사위크>

◇ 심(心), 포니

소리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들은 운전할 때 어떤 불편을 겪을까. 시야는 물론 조작에도 문제가 없으니,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소리’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신호 중 하나다. 자동차 역시 경적을 통해 위험을 알린다. 긴급상황에 울려 퍼지는 사이렌 역시 소리로 전달된다. 이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은 그만큼 위험과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심포니’ 아이디어는 차량이 특정 소리를 인식해 청각장애인 운전자에게 시각으로 알려주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다른 차량의 경적소리가 들리면 차량 앞에 파란불이 들어오고,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초록색 불이 들어오는 식이다. 또한 팔목에 찬 웨어러블 기기에 진동으로 위험을 알려준다.

더 나아가 청각장애인 운전자와 일반인 승객들의 ‘통역’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일반인의 말을 수화로 번역해주고, 청각장애인의 수화를 말로 바꿔준다.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수화로 입력할 수도 있다.

심포니 아이디어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따뜻한 배려가 돋보였다. 특히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원 중 한 명이 실제 청각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것으로 알려져 더욱 감동을 안겨줬다.

인공지능 로봇과 이동수단의 기능을 결합한 ‘로모’가 등장하고 있다. <시사위크>

◇ 로모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은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기술적으로 많은 성과를 이뤘고, 대중화를 통해 우리 생활을 크게 변화시킬 날이 멀지 않았다.

로봇과 모빌리티를 결합한 단어 ‘로모’는 말 그대로 ‘탈 수 있는 로봇’을 생각했다. 단순한 ‘콜라보레이션’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꽤나 유용한 아이디어다.

지금의 전동 휠체어는 오직 이동만 가능하다. 하지만 로봇 기능과 이동수단의 기능이 더해지면 노약자 및 장애인의 삶은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 또한 로봇 팔이 있어 로모 스스로 물건을 옮긴 뒤 내려놓는 것도 가능하다. 농장이나 비닐하우스 안에서 사람을 태우고 이동하며 농사일을 돕는 것 역시 생각해볼 수 있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심부름꾼이 생기는 것이다.

‘플루이딕 스페이스’ 아이디어를 선보인 참가자가 직접 트렁크에 누워 기술 시연을 하고 있다. <시사위크>

◇ 플루이딕 스페이스

‘플루이딕 스페이스’ 아이디어는 본선에 진출한 8개 아이디어 중 가장 미래지향적이었다. 차량 바닥에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여러 ‘셀’을 설치해 상황에 따라 새로운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다.

시연은 차량 전체가 아닌 트렁크 공간에서만 이뤄졌다. 예를 들어 화분처럼 쓰러지면 안 될 물건을 실을 때, 셀이 화분을 감싸 고정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각각의 셀이기 때문에, 심지어 우는 아기를 어르며 달래는 것도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전기차 및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될 미래에, 자동차 내부공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전기차는 지금처럼 많은 부품 공간이 필요 없다. 또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되면 차량 내부공간에 다양한 기능이 요구될 것이다. 이때 플루이딕 스페이스 기술은 각 상황에 따라 차량 내부에 테이블을 만들어줄 수도 있고, 편안한 소파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

비록 아직은 조금 시간이 필요한 기술이지만,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기술이다.

양웅철 부회장이 대상을 수상한 팀을 격려하고 있다. <시사위크>

◇ 양웅철 부회장 “무언가 성취했다는 것, 훌륭하다”

이날 ‘2017 R&D 아이디어 페스티벌’ 현장은 젊은 연구원들의 열정으로 생동감이 넘쳤다.

시상에 나선 권문식 부회장(연구개발본부장)은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탐구한다는 것 자체가 회사로서 커다란 재산인 것 같다”며 이번 행사의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또한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 부회장은 “짧은 시간이지만, 제한된 예산 안에서 무언가 하나 성취했다는 것이 아주 훌륭하다”며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협력해서 이뤄냈다는 게 대단하다”며 연구원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어떤 아이디어가 가장 인상 깊은가? 기자는 개인적으로 청각장애인을 배려한 ‘심포니’ 아이디어가 가장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이 기술은 대상을 수상했다. 최우수상은 로봇과 모빌리티를 결합한 ‘로모’였고, 청중평가상은 ‘착한자동차’가 수상했다.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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