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정책으로 위기에 처한 국내 알뜰폰업계가 '일본 정부의 알뜰폰 육성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형성된 지 7년째인 알뜰폰(MVNO) 업계가 존폐위기에 처했다. 아직 적자 벗어나지 못한 상황인데, 정부의 이통3사를 향한 ‘통신비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알뜰폰의 경쟁력은 기존 이통사들보다 저렴한 요금인 만큼, 정부의 이통사를 향한 압박은 국내 알뜰폰 시장의 존재자체를 위협한다. 이에 알뜰폰 업계는 이웃나라 일본의 알뜰폰 정책을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일본, 알뜰폰 육성으로 ‘요금인하’ 이끌어

12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이하 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13년부터 MVNO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책을 실시했다. ‘모바일 창생계획’이란 명칭의 정책으로, 2016년까지 MVNO 가입자를 2배로 확대한다는 게 목표였다.

이후 2014년 유심 잠금 해제를 도입했고, 재작년엔 단말기 자급제가 실시됐다. 또 MVNO가 이통사들에 지급하는 데이터 도매대가를 3년간 연 평균 18%씩 인하했다.

이에 일본 MVNO시장엔 요금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사업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협회에 따르면 MVNO와 이통사의 요금격차는 3~4배지만, 대부분의 MVNO 사업자들이 흑자를 기록 중이다. MVNO 가입자 수는 2013년 742만명에서 이듬해 958만명으로 껑충 뛰었고, 지난해 말 기준 1,586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 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수의 9.4%에 달한다. 이통사들이 운영하는 MVNO자회사의 가입자 수는 제외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MVNO의 점유율은 20%를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MVNO 가입자 추이.<알뜰폰협회 제공>

이 같은 MVNO 시장의 성장은 이통시장의 변화를 불러왔다. 일본 2위 이통사인 KDDI는 올해 7월 단말기 지원금을 없애고, 월 1,980엔(한화 약 2만원)만 내면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또 이를 기준으로 데이터 요금제들을 줄줄이 인하했다.

MVNO의 육성정책을 통해 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도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이통사의 자발적인 요금제 인하를 이끌어낸 셈이다.

◇ 알뜰폰 업계 "일본 정책 참고해야"

국내 알뜰폰 업계는 우리나라 정부도 일본의 정책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MVNO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가입자 기준 11.5%에 불과하다. 또 MVNO의 영업적자는 지난해 기준 317억원, 누적적자 2,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부는 MVNO 활성화를 위한 대책마련보다 이통3사에 강제적으로 요금인하 압박을 넣는데 몰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들이 당장 요금인하 효과를 누릴 진 모르겠지만, 시장경제에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금처럼 이통사들을 압박하는 게 아니라 일본처럼 MVNO를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며 “국내 MVNO의 적자 원인인 높은 망 도매대가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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