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이 강풍을 타고 계속 번지면서 9일(현지시간) 산타로사 지역의 주택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정상윤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를 휩쓸고 있는 산불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8일(이하 현지시각) 시작된 산불은 나흘이 지난 현재까지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AP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11일 현재 사망자는 23명으로 늘어났으며, 이재민 수는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다.

“3초만에 축구장 하나의 면적을 삼켰다.”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의 위력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표현이다. CNN은 10일자 보도를 통해 이 같이 전하면서 “나파와 소노마 카운티의 화재로 지금까지 타버린 면적은 워싱턴 D.C. 면적의 3배가 넘는 규모”라고 밝혔다.

현지 매체 등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산불은 8일 저녁 나파 밸리 칼리스토가 계곡에서 시작됐다. 수개월 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숲과 초원은 산불이 확산되기 좋은 환경이 됐다. 여기에 강풍까지 더하면서 불은 그야말로 무서운 기세로 번져나갔다. CNN은 시속 130km의 강풍을 타고 불과 수 시간 만에 12곳으로 확산됐다고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와 중부 포도원 지대를 강타한 산불로 9일(현지시간)소다 캐년가의 한 주택가와 가로수가 전소되어 새카만 재로 변했다. 강풍으로 10여군데에서 동시에 확산된 산불로 이 일대의 집들은 굴뚝 한 개만 남기고 사라졌다. <뉴시스/AP>

11일 현재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북부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와 인근 지역을 휩쓴 산불은 22곳으로 늘어났다. 이날 나파 카운티의 캘리스토가 시내 전체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피해도 어마어마하다. 지금까지 화재로 소실된 산림과 도시 면적은 686㎢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약 237배에 달하는 규모다. 약 2만5,000명의 주민들이 피난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지만 정확한 실종자나 피해규모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AP에 따르면 산불 진압을 위해 전국적으로 모여든 소방관 8,000명이 현장에 배치됐다. 캘리포니아주 산림 및 산불 보호국의 켄 핌로트국장은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나파·소노마·솔라노·유바·부테·레이크·멘도시노 카운티 지역에서 동시 다발로 발생한 22개의 산불에 맞서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며 “날씨가 건조한 가운데, 강한 바람이 다시 불면서 산불이 현저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소방대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각지에 흩어져 있는 산불들이 강풍을 타고 한 개의 큰 산불로 합쳐지는 것이다.

AP통신은 이번 산불이 현재까지 사상자 수로는 캘리포니아 주 역사상 3번째, 화재로 소실된 피해 규모면에서는 가장 심각하다고 전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운 주지사의 요청으로 캘리포니아주에 ‘대규모 재해 선언’(major disaster declaration)을 공표했으며, 의회는 캘리포니아 주에 5억7,6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보내는 법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