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시장이 지난 12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했기 때문이다. 당초 여야 의원들은 통신3사 수장을 모두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당일 출석한 CEO는 박정호 사장이 유일했다. ‘집중포화’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박정호 사장을 향한 의원들의 칭찬과 감사가 이어졌고, 덩달아 SK텔레콤의 신인도도 높아졌다. 두 마리 토끼를 얻은 셈이다.  

◇ 박정호 사장 출석, 매우 이례적… SKT, 2009년 이후 처음 

지난 12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이날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통신비 인하가 주요 화두였다. 이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KT 황창규 회장,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 등 통신3사 CEO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국감장에 나타난 인물은 박 사장뿐이었다. 황 회장과 권 부회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박 사장의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취임 첫 해에 국감 출석한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나라 통신업계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전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다른 이동통신 사업자는 나오지 않았는데 혼자 나오셔서 부담이겠지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통신사 CEO들은 매년 국감 때마다 증인으로 채택되지만 직접 출석하는 일은 드물다. 일정상의 이유로 각사 임원들의 대리 출석이 관행처럼 이어져왔다. 그렇기에 박 사장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실제 SK텔레콤의 수장이 국감장에 출석한 것은 2009년 하성민 사장 이후 처음이다. ‘호통’이 난무하는 국감 현장에서 국회의원들의 ‘칭찬’이 이어지는 이색 풍경이 연출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특히 박 사장은 단말기 자급제와 관련된 발언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박 사장은 이날 국감에 출석해 단말기 자급제 찬성 입장을 공식화했다. 박 사장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국감장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K텔레콤은 단말기 자급제에 찬성한다고 보면 되느냐”고 묻자 박 사장은 “그렇다”고 밝혔다. “단말기와 통신비가 분리되면 가계통신비 인하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 꿩 먹고 알 먹고… 얻은 게 많은 박 사장의 ‘나홀로 출석’

단말기 자급제는 스마트폰을 일반 가전제품처럼 구매할 수 있도록 시장 구조를 바꾸는 제도다. 이후 원하는 통신사에서 요금제만 가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각계의 셈법이 달라 논란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날 박 사장의 발언으로 SK텔레콤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공식화시켰다.

SK텔레콤은 통신시장 1위 사업자다. 다양한 서비스 개발 및 고객 편의 개선 등으로 지켜온 결과다. T맵 등의 개방플랫폼으로 이용자 수를 확보하며 서비스 대중화에 주력했다. 이는 실제 점유율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은 약 44%다. KT(24.8%), LG유플러스(19.2%) 등과 비교 시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조사에서 이동통신 부문 20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SK텔레콤 사용 고객의 서비스 체감 만족도 역시 통신3사 중 가장 높다. 통화품질, 응대서비스 등에서 높은 만족률을 나타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통신사를 옮기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결국 이날 박 사장의 발언은 업계 1위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단말기 자급제에 따른 시장의 변화에도 자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 업계 2위, 3위인 KT와 LG유플러스는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이 통신사를 선택할 때 1위 사업자로 몰릴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들 통신사가 아직까지 공식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SK텔레콤 입장에서 단말기 자급제 도입은 ‘일석이조’다. 번호이동 고객을 뺏기 위해 대리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 금액 등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여서다. 지난해 SK텔레콤이 마케팅에 사용한 금액은 2조9,540억원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단말기와 서비스가 분리돼 경쟁하게 되면 고객이 이성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며 “단말기 자급제는 시장의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어 현재 동일한 요금제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정호 사장은 개인적으로도 이번 국감 출석을 통해 얻은 게 많다. 일단 ‘자진출석’에 따른 평가가 호의적이다. 소통하려는 노력과 의지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자칫 ‘나홀로 출석’으로 인해 모든 논란에 대해 집중포화를 맞을 수도 있는 처지였지만, 박 사장은 오히려 적극적인 자세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한편 오는 30일 열리는 종합감사에는 LG유플러스 권 부회장이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최근 통신업계를 달구고 있는 민감한 사안이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자칫 박정호 사장과 비교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권 부회장으로선 더욱 부담스럽게 됐다.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LG유플러스의 공식 입장도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T 황 회장의 출석 여부는 현재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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