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지갑을 상품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채워줘야 한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론의 기본 아이디어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오는 19일과 20일로 예정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의 화두는 ‘소득주도성장’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 소득수준을 제고해 구매력을 높임으로서 경기를 활성화시킨다는 소득주도성장 전략은 일자리 창출과 사회복지제도의 확대 등 문재인 정부가 실행중인 정책들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 임금주도성장은 허상인가

실질임금의 감소가 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대신 고용률의 하락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비용의 역설’은 소득주도성장, 또는 임금주도성장의 기본 뼈대다. 이는 기본적으로 수요의 중요성을 강조한 케인스주의와 궤를 같이한다. 20세기 중반 경제학계를 지배했던 케인스학파는 경기침체를 탈출하기 위해선 국가 주도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그 뒤를 이은 후기 케인스학파는 소득재분배 문제를 보다 중요하게 다뤘다.

비판론자들은 국민소득을 인위적으로 보호하려는 시도가 국가경쟁력 감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출과 투자를 중시하는 ‘이윤주도성장’의 지지자들은 소득주도성장이 경제계 파이 전체의 크기를 줄인다고 주장하며, 가계소득의 증가가 더 많은 소비로 이어진다는 가정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기술혁신을 통한 장기성장을 강조한 슘페터의 혁신성장론이 이론적 기반이다. 최근 정부가 혁신성장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이런 비판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국제노동기구(ILO)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임금주도성장이냐 이윤주도성장이냐’는 질문을 던진 마크 라부아 오타와대학 교수와 엥겔베르트 스톡해머 킹스턴대학 교수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수출 주도의 성장전략을 펴고 있음에도, 전반적인 국제경제는 임금에 기반을 둔 수요수준에 달려있다”고 분석한다. ‘소득주도성장 허상론’에 대한 반박이자 두 교수가 임금주도성장이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 소득보장을 위한 논의 ‘최저임금과 기본소득’

한국은 이미 소득주도성장과 관련된 논쟁을 수차례 경험했다. 특히 ‘임금주도성장론’을 대표하는 최저시급 인상논의는 소득과 경제성장의 연관성을 잘 보여준다.

금융위기로 높아졌던 주요국의 실업률은 국제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다시 낮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다수의 국가들은 높아진 취업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임금수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0년 7.0%였던 독일의 실업률은 2016년 4.1%로 낮아졌지만 근로빈곤층의 비중은 오히려 9.6%로 높아졌다(한국은행 자료). OECD와 오스트레일리아중앙은행(RBA)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014년 임금상승률은 조사대상 12개국 중 두 번째로 낮았다.

고용지표 개선이 비정규직과 미숙련노동자 등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계층을 중심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높은 취업률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구매력은 향상되지 못했으며, 낮은 물가상승률은 경제성장전망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게 만들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현재 목표치인 2%를 하회하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7월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6.4% 증가한 7,530원으로 결정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수급자 대부분이 소득 하위계층이라는 점에서 재분배의 성격을 가진다. 진보 성향의 정책연구소인 워싱턴 공정성장센터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중·하류층 여성의 소득불평등 중 48%는 1979년부터 2012년까지 하락한 미국의 실질최저임금에서 기인한다.

한편 국민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인 방법인 기본소득제도는 핀란드와 네덜란드 등에서 시범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대선과정을 통해 논의된 바 있는 기본소득제도는 복잡한 사회복지제도를 간소화할 수 있으며, 개별소비자가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도록 지출할 자유도 보장한다.

다만 재원조성을 위해 투입될 막대한 세금에 대한 부담감은 기본소득의 현실화를 가로막는다. 이코노미스트의 16년 6월 기사는 한국이 1인당 연 8,000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선 GDP의 17%에 달하는 재원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한 번 도입된 후에는 후퇴가 힘든 복지제도의 특성상 장기적 재정건전대책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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