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수진 기자] ‘서울 여중생 살해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범행동기를 밝히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이번엔 피의자 이영학이 엉뚱한 발언을 쏟아내며 석연찮은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영학의 행보에 뭔가 다른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학은 얼굴이 공개된 13일 취재진에 “아내가 죽은 고통을 잊기 위해 약에 취해 살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이지만, ‘약에 취해 살았다’는 발언에 더 관심이 집중된다. “더 많은 사죄를 해야 하지만 아직 모든 게 꿈 같이 느껴진다. 이제야 정신이 든다”고도 했다.

이후에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이어진다. 이영학은 13일 이뤄진 현장검증에서 “아내의 죽음에 관심을 가져달라. 진실을 밝혀달라”며 울먹였다. 이날 검찰 조사 이후에도 “아내는 날 사랑하는 것을 증명하려고 자살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쏟아냈다. 이영학의 아내 최모(32) 씨는 남편의 의붓아버지 A씨(59)로부터 여러차례 성폭행당했다며 지난달 1일 강원도 영월경찰서에 A씨를 고소했다. 최씨는 같은 달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조계에선 이영학이 ‘심신상실’ 혹은 ‘심신미약’을 내세워 처벌을 면하고자 하기 위함 아니냐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형법 제10조 제1항과 2항에 따르면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인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

이영학은 6년 전인 2011년 장애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2015년 11월 지적·정신장애 2급으로 인정받았다. 중복장애라는 이유에서다. 지적장애 2급은 지능지수가 70이하로, 때때로 주변의 도움이 있어야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단순 반복작업은 가능하지만 창의적 생각을 하거나 종합적 사고를 하기는 힘든 상태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영학은 책을 쓰고 개인사업까지 하는 등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활동을 해왔다. 특히 2010년 자동차 튜닝 업체에 전문용어를 써가며 직접 견적을 의뢰한 사실이나,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중고차를 팔겠다는 글을 남긴 행동 등은 과연 지적장애 3급인지에 의문이 들 정도다.

무엇보다 여중생을 유인하고 살해한 뒤 치밀한 방법으로 시신 유기까지 유기했다. 범행 전후 동영상 유서를 만드는 등 범행을 기획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영학이 그동안 보여준 치밀한 행각을 고려하면 검거 이후 엉뚱한 발언 역시 계산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영학이 향후 재판이 진행되면 감형을 요구하는 지능적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영학은 13일 검찰 조사 이후 ‘성매매 업소를 운영했는지’ ‘기부금을 유용했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의혹은 나중에 이야기하겠다”며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씨는 자신한테 유리한 게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이라며 “전과 18범이기 때문에 범죄 감형에 유리하다는 것을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영학의 정신감정 및 지적장애 판정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도 적지 않다. 이영학의 아내 죽음에 대한 의혹을 비롯해, 그의 추가 성 관련 범죄 여부 등이 그것이다. 그동안 ‘어금니 아빠’로 불리며 희귀병 치료를 위해 받아온 각종 후원금을 유용했는지 등 재산 형성에 대한 의혹들도 밝혀져야 한다.

현재 사건은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김효붕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검찰은 13일에 이어 15일 오후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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