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은 물론 대학식당까지 독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 차원의 규제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사위크=강준혁 기자] 대기업들의 급식시장 잠식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공기관 구내식당은 물론 대학식당까지 독식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이는 현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대·중소기업 상생발전·공정경쟁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문재인정부는 규제 대신 ‘시장자율’ 쪽으로 선회를 결정했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의 구내식당 19곳 전부를 대기업 4곳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경환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인천공항 구내식당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동원홈푸드, CJ프레시웨이 등이 운영을 장악하고 있다. 2017년 1분기(3개월)에만 224만식을 상주 직원들에게 제공해 9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016년 입찰자격을 ‘자본금 50억 이상의 법인’으로 변경했다.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은 입찰에 참여조차 못하게 된 것이다. 결국 기존에 구내식당을 운영하던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 교체됐다. 입찰 자격부터 대기업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 의원은 “이같은 입찰자격이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들에게는 바늘구멍보다 뚫기 힘든 구조로 돼있다”면서 “구내식당 4~5곳을 한꺼번에 1곳 업체에 몰아주는 대기업에만 유리한 공개경쟁 입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천공항공사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상생 경제를 위해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은 중소·중견업체에 위탁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사정은 공공기관 뿐 아니다. 대학교의 학생식당마저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급식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75개 사립대학 중 36개 대학의 학생식당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를 비롯한 6개 국공립 대학의 학생식당까지 위탁·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세대, 이대, 건대 등의 서울권 사립대학은 일부 대기업들이 급식 위탁을 조건으로 학교에 상당금액을 투자하여 중소기업과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단체급식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이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업계는 지난해 기준 대기업 6개사가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이명박 정부는 중소기업지원을 위해 공공기관 구내식당의 재벌참여를 제한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시절, 1,000명 이상의 공공기관 구내식당에 재벌참여를 한시적(2019년 12월까지)으로 허용하며 대기업의 급식시장 점유율이 급속하게 증가했다.

대기업들은 단체급식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수치만 놓고 보면 대기업 점유 비율이 크지만, 저렴하고 질 좋은 급식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대기업 급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점유율이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수익률이 5~10%로 낮은 단체급식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 중소 급식업체들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그룹 계열사 구내식당 운영 등 내부거래를 통해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처음부터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 구조다.

대기업의 이같은 ‘독식’ 행태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대·중소기업 상생발전·공정경쟁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기업의 단체급식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제기, 국내 단체급식 시장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방안 마련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시장자율’ 쪽으로 선회했다. 정부는 오는 2019년 12월까지 대기업의 단체급식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방침을 유지키로 했다. 정부가 중소업계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은 “이미 민간 급식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대기업이 단가 4,000원짜리 구내식당까지 독점하는 것은 4,500여개 중소업체를 말살하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조가 대, 중소기업 상생협력인데 이는 이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의 국정기조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공정경쟁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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