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홍 이니스프리 전 대표이사 부사장이 지난 10일 이뤄진 임원 인사에서 그룹 대표이사로 임명되면서 그의 역할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네이버거리뷰, 아모레퍼시픽>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서둘러 ‘불펜’을 가동시켰다. 사드 보복 등의 영향으로 매출절벽을 경험하게 되면서 ‘영업통’으로 알려진 안세홍 전 이니스프리 대표를 구원투수로 조기등판 시킨 것. 안 대표가 자신의 탁월한 영업력을 발휘해 위기에 빠진 아모레퍼시픽을 구해내고 구겨진 K-뷰티의 자존심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3분기 실적도 암물… “감익 추세 내년까지 계속될 것”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조기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아모레퍼시픽은 안세홍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포함한 총 13명에 대한 정기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보통 연말이나 연초에 임원 인사가 이뤄진 과거 전례를 봤을 때 약 석달 일찍 인사 발표가 이뤄진 셈이다. 이는 최근 대내외적으로 회사가 직면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화장품 업계는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 탓에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한국땅을 밟는 ‘큰손’인 중국인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중국 현지로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영업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산업 2017년 상반기 통계’에 따르면 올해 화장품 수출 성장률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19.8%에 그쳤다. 이는 국내 화장품 수출의 3분의 1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성장세가 둔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대기업들도 사드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K-뷰티의 선두주자이자 국내 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은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분기 실적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전년 동기 대비 57.9% 감소한 1,30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매출은 17.8% 줄어든 1조4,129억원에 그쳤으며, 당기순이익은 1,000억원으로 59.5% 크게 줄었다.

3분기 전망도 어둡다. 증권시장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실적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16일 바로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을 지난해 보다 10.7% 줄어든 1조2,504억원을 예상했다. 영업이익은 무려 44.3% 감소한 933억원을 전망했다. 바로투자증권 김혜미 연구원은 “화장품 관련 내수 경기는 여전히 회복의 시그널이 부재한 상황이며, 중국인 관광객 역시 지난 분기처럼 역성장세를 기록했다”면서 “감익 추세는 내년 초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조기 등판’ 안세홍 신임 대표, 이니스프리 신화 이어가나

하락세를 걷고 있는 시장점유율도 아모레퍼시픽의 고민거리다. 2015년 32.9%를 기록했던 아모레퍼시픽의 시장점유율(기초‧색초화장품 등)은 이듬해 31.9%로 하락하더니, 올해 상반기 30.7%까지 내려갔다. 헤어, 바디 등 생활용품 부문의 시장점유율도 같은 기간 22.4%에서 16.0%로 감소했다. 아울러 그룹의 숙원사업인 용산 신사옥의 완공이 임박했다는 점도 대표 인사를 서두르게 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안세홍 아모레퍼시픽 신임 대표이사는 에뛰드,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등 그룹의 주요브랜드를 두루 거친 영업통으로 불린다. 특히 중저가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바로 그의 작품이다. 이니스프리의 마케팅과 영업을 총괄한 안 신임대표는 런칭 7년 만에 이니스프리를 매출 1조 클럽에 가입시키면서 동종 업계 1위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이 기간 이니스프리는 유커들의 필수 방문지가 됐고, 세일 소식은 국내 2030세대 사이에서 삽시간에 퍼지는 ‘뉴스거리’로 자리 잡았다.

경영자의 필수 덕목인 고객 니즈와 시장 환경 변화를 꿰뚫는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안 신임대표가 당분간 부진이 계속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그룹을 조기에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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