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 대신 '파행'을 택한 분위기다. 사진은 16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불만을 제기하며 국감장을 퇴장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격 대신 ‘파행’을 택한 분위기다.

한국당은 16일 닷새째로 접어든 각 상임위원회별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 무능심판’이라고 적힌 문구를 붙이는 시위를 펼쳤다.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최초보고 시점 조작과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격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일부 상임위 국감은 한 때 파행 위기까지 겪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박근혜 국감이 되자 한국당이 파행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에 대한 국감장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연루 의혹으로 인해 1시간 가량 본 질의가 지연됐다. 김기선 의원은 이날 본 질의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강원랜드 채용청탁 관련 기사가 보도됐는데 검찰 수사 중인 자료가 어떻게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가 있을 수 있나. 동료 의원이면 최소한 저에게 확인은 해야할 것인데 도리가 아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훈 의원은 “동료 의원의 이름이 채용 문제와 관련해 거론된 것은 유감스럽다”면서도 “이 일이 제가 해명해야 할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해당 자료는 강원랜드가 춘천지방검찰청에 제출했던 자료를 강원랜드를 통해 받은 것”이라며 문서 입수 경위 의혹을 제기하는 김 의원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앞서 이훈 의원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강원랜드 신입 채용청탁 명단에 권성동·염동열 의원 이외에 김기선·김한표·한선교 한국당 의원과 이이재·이강후 전 새누리당(현 한국당) 의원이 포함돼 있다고 공개했다.

또 한국당 의원들이 이날 국감장에서 벌인 ‘문재인 정부 무능심판’ 문구 시위로 인해 정무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도 잠시 정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의 문구 시위로 30여 분간 공전하는 파행이 벌어졌다. 농해수위의 농촌진흥청에 대한 국감도 한국당 의원들의 문구 시위에 민주당·국민의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10여분간 회의가 정회됐다.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조달청·통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 무능심판' 이라고 적힌 문구를 노트북에 붙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상임위 곳곳서 한국당 피켓시위

여당이 적폐청산을 중점 과제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비리 의혹을 집중 제기하는 것을 두고 야당인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 문구를 국감장 의원 좌석에 비치된 노트북 앞에 붙여놓는 피켓 시위로 대응했다. 이를 두고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감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은 민생과 개혁, 안보를 의제로 이끌어 가야 할 국감을 정쟁의 장으로 몰아가고 파행으로 얼룩지게 하는 구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640만 달러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검찰에 고발한 것을 두고 “작정하고 기승전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미 철도 지나 빛도 바랜 일을 자신들이 불리한 일이 생길 때마다 들춰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의 국감 파행 유도 지적에 대해 한국당 홍보위원장인 박성중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은 전혀 국감 파행을 유도하지 않는다”면서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감에서 개혁위원회 관련 파행이 있었는데 청장이 100% 수용하는 위원회임에도 위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참석 못하겠다고 하고 회의록 공개도 못하겠다 해서 반나절 파행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외교통상위원회 소속 한국당 중진 의원도 같은 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일부 상임위에서 그런 일(국감 파행)이 있었겠지만, 제가 활동하는 상임위의 경우 전혀 그런 문제가 없었다”며 “앞으로 남은 국감도 정상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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