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은 현행법상 헌재소장 임기 규정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권한대행 체제가 해소되더라도 헌재소장 임기가 또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헌재법을 먼저 개정하는 것이 순서라고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거취 논란이 헌법재판소법 개정 논의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정부여당은 현행법상 헌재소장 임기 규정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권한대행 체제가 해소되더라도 헌재소장 임기가 또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헌재법을 먼저 개정하는 것이 순서라고 하고 있다. 현재까지 지지부진했던 헌재법 개정 논의가 이번 일을 계기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헌재소장 임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이를 해결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헌재법 개정 필요성을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지난 13일 서면 브리핑에서 “국회가 헌재소장 임기를 정하는 입법을 하면 대통령은 바로 헌재소장 후보를 임명할 것”이라고 국회에 공을 넘긴 바 있다.

박 원내수석은 “그런데 문제는 지금 헌재법엔 대통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만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임기 중인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지명할 경우 (소장으로서의) 임기가 새로 시작되는지, 기존 임기로 끝나는지 명확한 규정도 없다”고 현행법상 미비함을 지적했다.

정부여당은 헌재법이 현행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야당의 반발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원내수석과 박 대변인은 “헌재소장 임기의 불확실성은 그간 계속 문제되어 왔고,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중 헌재소장을 임명할 경우 다시 소장의 임기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0대 국회에 제출된 헌재법 개정안 중 헌재소장의 임기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은 총 4건이다. “헌법재판관 임기와는 별도로 현행법에 ‘헌재소장의 임기는 6년으로 함’을 명확히 해 재판관 재직 중 헌재소장으로 임명되는 경우의 해석상 혼란을 예방해야 한다”(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발의) “헌법재판관 재직 중 헌재소장으로 임명되는 경우 헌재소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명을 받은 날로부터 6년으로 정한다”(이춘석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등 그 내용은 여야를 막론하고 비슷하다. 이들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수개월 째 계류돼있다.

다만 헌재소장의 임기를 규정하는 개정안의 내용이 헌법에 저촉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헌재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헌재소장의 임기는 따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헌재법 개정안으로 헌재소장 임기를 별도로 구체화할 경우 헌법과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헌재소장 임기와 관련된 내용은 입법이 아닌 개헌 사항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법사위 강병훈 전문위원은 원유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헌재소장 임기와 관련한 혼란은 헌법에서 헌재소장 임기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이므로 현행 헌법 하에서 헌재소장의 임기를 법률에 별도로 명문화할 경우 헌법과 헌재법 정합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헌법에서 이를 규정하지 않은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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