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불법으로 수정됐던 대통령 훈령 국가위기관리지침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안보·재판 컨트롤타워 역할을 규정한 국가위기관리지침이 박근혜 정부에서 불법으로 수정된 것이 확인됐다. 특히 불법으로 수정된 대통령 훈령은 ‘무효’라는 점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관계자들의 법적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이 법제처로부터 제출받은 ‘비밀관리기록부’에 따르면, 법제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2014년 7월 말 임의로 수정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수정본을 2014년 8월 6일 송부받았다. 문제는 정상적인 훈령번호를 확인하지도 않고 법제처에서 기계적으로 이를 접수했다는 점이다.

대통령 훈령 등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법제처장의 심사를 요청하는 절차, 법제처장이 심의 후 대통령 재가를 받은 후 훈령 일련번호를 부여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2014년 7월 하급기관에 하달된 국가위기관리지침 수정본은 이 같은 일련번호 부여 없이 반영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법제처에 남아 있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변경 내역. 2014년 7월 공문으로 하달됐던 내용은 빠져있다. <박주민 의원실 제공>

최초 문건을 발견한 청와대는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청와대는 빨간 볼펜으로 원본에 줄을 긋고 필사로 수정한 지침을 2014년 7월 31일에 전 부처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법체저의 ‘비밀관리기록부’는 이 같은 주장을 문서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련기사 :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임의로 수정… 대통령 보고 시점도 조작>

특히 국가위기관리지침은 2015년 5월 7일 다시 한 번 개정되었는데, 이 때 개정의 대상이 된 기존 지침은 청와대가 임의로 수정하기 이전인 2013년 9월 4일자 지침이었다. 2014년 수정된 지침이 훈령번호조차 없는 ‘유령훈령’이어서 개정의 대상조차 될 수 없었던 결과다. 유령훈령의 내용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발언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에게 추가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심사 및 훈령번호 부여 책임이 있는 법제처가 국가안보실에서 하달한 훈령을 번호조차 부여하지 않고 유령훈령으로 접수, 처리했기 때문에 이번에 밝혀진 불법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은 실질적인 훈령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청와대가 이처럼 불법으로 지침개정을 하면서까지 숨기려했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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