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16일 개발자 컨퍼런스 DEVIEW 2017을 열고, 9종의 로봇제품을 공개했다.<네이버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네이버가 포털 사업자에서 벗어난 행보를 보여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1종에 이어, 최근 9종의 ‘로봇’을 공개한 것으로, 하드웨어 제조업에 본격 진출한 모양새다. 변화하는 IT생태계 속에서 생존을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지난 16일 서울에서 열린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 ‘DEVIEW 2017’에선 네이버랩스가 자체개발한 9종의 로봇이 공개됐다. 작년 DEVIEW에서 공개된 로봇은 1종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가 로봇 기술 확보에 역점을 둔 셈이다.

◇ 네이버랩스, 9종 로봇 공개

이날 공개된 로봇 중 현장에 투입된 모델은 ‘어라운드’와 ‘에어카트’다. 실내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어라운드’는 사전에 구축된 지도정보를 활용해 목적지까지 경로를 파악하고, 장애물을 회피하면서 이동하는 로봇이다.

또 전동카트인 ‘에어카트’는 누구나 무거운 물체를 손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근력증강 기술’이 적용됐다. 현재 부산에 위치한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 회수 또는 운반을 위해 도입된 상태다.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로봇 '어라운드'와 '에어카트'.<네이버 제공>

그 외 ▲코리아텍의 김용재 교수와 산학협력을 통해 개발한 로봇팔 ‘엠비덱스’ ▲MIT와 협력으로 개발된 '치타로봇' ▲UIUC와 함께 개발 중인 ‘점핑 로봇’ ▲계단을 올라가는 바퀴 달린 로봇 '터스크봇' ▲물체 인식 및 자율주행하는 'TT-bot' 등도 공개됐다.

송창현 네이버 CTO 겸 네이버랩스 대표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인간 생활 속에 자리 잡는 로봇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포털서비스 한계 벗어라"

업계에선 네이버가 변화하는 IT생태계에 대응하기 위해 로봇기술 확보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국내 포털시장을 장악한 네이버는 매년 큰 폭의 성장을 거듭 중이지만, 기술 트랜드를 선도하거나 따라가지 못한다면 향후 생존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엔 PC, 스마트폰을 넘어 다수의 IT기기들이 출시되면서 정보접근수단이 다양화되고 있다. 날씨를 예로 들면, 인공지능 스피커 또는 실내 공기청정기들이 날씨정보 제공업체로부터 직접 데이터를 받아 ‘오늘의 날씨’ ‘미세먼지’ 수준 등을 전해준다.

또 일부 냉장고는 요리 레시피를 알려주거나 이마트 등 온라인 쇼핑몰과 연결해 식자재를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직 미약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들이 정보 중계자인 네이버의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네이버랩스의 로봇팔 '앰비덱스(AMBIDEX)'.<네이버 제공>

시너지는 명확하다. 현재 네이버가 개발 중인 AI(인공지능) 기술, 그리고 축적한 빅데이터를 접목시키면 로봇의 움직임을 더욱 고도화시킬 수 있다. 또 로봇은 네이버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새로운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역할을 확장 수 있다.

특히 로봇산업의 전망 자체도 나쁘지 않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로봇시장은 2015년 710억 달러(약 82조원)에서 내년 1,354억 달러(약 157조원), 2020년엔 1,880억 달러(221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털 1세대 야후, 휴대폰 왕국 노키아도 결국 몰락했다. IT·기술업계에선 짧은 시간동안 수많은 기업들이 탄생하고 사라졌다”며 “지속적인 변화 없이는 생존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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