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25년 만에 국빈방문을 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체류 기간이 1박 2일이라는 점에서 ‘홀대론’을 언급한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지엽적인 문제로 본질적인 내용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고 가느냐가 훨씬 중요한 문제다.

이 같은 맥락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는 일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이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지난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24년 만의 일이다. 일반적으로 의회연설은 한 나라의 수장이 동맹국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기립박수 등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장면이 연출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실로 중대하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기립박수와 함께 전폭적인 국회의 지지가 예상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청와대는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핵 문제에 대한 대응은 물론이고,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및 정책 비전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기조인 ‘최대압박을 통한 외교적 해결’에 트럼프 대통령이 무게를 실어줄 경우, 우리 입장에서는 더할나위없이 환영할만한 일이다.

문제는 한미 간 엇박자가 나는 경우다. 우리 정부의 외교노선과 다소 다른 내용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더라도 우리 국회가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적 옵션’을 언급하더라도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원들도 기립박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물론 양국 간 물밑 조율이 있겠지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한국만 방문하는 것이 아니다. 한중일 3국 연속방문을 통한 대아시아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입장만 배려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이 모인 유엔총회에서 “북한을 완전 파괴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우려는 야권에서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 대응, 동북아 정책비전 얘기할거라고 하는데 백악관은 최대 대북압박 얘기를 하는 등 엇박자가 나고 있다”며 “3주후면 서울에서 펼쳐질 일이다. 현실로 확인될 일인 만큼 미리 공언하지 않기를 부탁드린다”고 지적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입장과 다른 이야기를 했을 경우, 우리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느냐”고 반문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메시지를 던질 것이고 그 메시지 굉장히 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서 여당이 반대한다고 할 수 있겠나. 결국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대한민국 국회에서 연설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우리 국민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라 자기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일 것”이라며 “지금 우리는 논쟁을 자제하고 한반도 위기상황 국면에서 여야가 어떤 지혜를 모아야하는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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