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멀티숍 시장이 연간 1조원을 넘는 시장이 되면서 업체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개설하며 시장 세분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ABC마트의 '메가스테이지'와 '레스모아' 그리고 슈마커의 '핫티'. <각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신발 멀티숍 시장에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산업 전반이 장기적 불황에 빠진 가운데서도, 신발 멀티숍 시장은 1조3,000억원대로 성장하면서 업체들은 저마다 브랜드 세분화 전략에 경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비교적 구매가 쉬운 고만고만한 제품 위주에서 벗어나, 한정판 상품을 취급하는 상위 브랜드를 개설해 ‘신발 마니아’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 5단계 세분화 전략… ‘ABC마트’부터 ‘메가’까지

신발 멀티숍 업계에 있어 브랜드 세분화에 가장 주력하고 있는 업체는 ABC마트다. 업계 1위이자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신발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한 ABC마트는 브랜드 다각화 전략으로 현재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18일 ABC마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총 5단계로 나눠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오리지널 브랜드이자 소비자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노란배경에 빨간색 글씨로 쓰여진 ‘ABC마트’ 위로 3개의 ‘스테이지’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ABC마트의 상위 버전 격인 ‘메가스테이지(MS)’와 본격 프리미엄 라인인 ‘그랜드스테이지(GS)’, 최상위 버전인 ‘메가스테이지(MG)’가 그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백화점 전용 매장인 ‘프리미어 스테이지’가 존재한다.

전국에 총 35개 매장을 운영 중인 ‘메가스테이지(MS)’는 최상위 라인인 메가스테이지(MG)와 이름이 같다. 하지만 브랜드 정체성에 있어서는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메가스테이지(MS)는 기존 ABC마트에서 파생된 것으로 ABC마트의 확대 버전에 가깝다. 신발과 의류 등 더 다양한 제품 구색을 갖춘 ABC마트의 플래그십 스토어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그랜드스테이지(GS)’도 있다. 지난해 론칭한 그랜드스테이지는 전국에 총 7개 매장이 운영 중인데, 앞서의 매장들보다는 좀 더 엄선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매장 인테리어에 있어서도 ABC마트의 심볼 컬러인 노란색 대신 블랙을 채용해 프리미엄 스토어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올해부터 전개를 시작한 ABC마트의 최상급 라인인 ‘메가스테이지(MG)’는 7개의 매장을 보유 중이다. 이곳에서는 하위 브랜드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의 한정판 운동화와 런닝화 위주의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ABC마트는 조만간 메가스테이지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 슈마커의 ‘핫티’… 영국 글로벌 멀티샵 ‘JD스포츠’로 변경

ABC마트는 로드샵 위주의 개점 전략에서 벗어나 주요 유통 채널인 백화점 공략에도 나서도 있다. 이를 위한 별도의 브랜드를 따로 보유하고 있다. ‘프리미어 스테이지’다. 목동과 신촌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갤러리아 등 총 20개에 가까운 백화점에 입점해있다. ABC마트 관계자는 “프리미어 스테이지에서는 ‘호킨스’나 ‘누오보’와 같은 PB상품이나 ‘써코니’, ‘대너’ 등 직수입 상품들이 주로 판매 된다”고 말했다.

국산 멀티숍 브랜드인 슈마커도 프리미엄 전략이 한창이다. 130여개 매장을 보유한 슈마커는 지난 2015년 2월 상위 라인인 ‘핫티’를 런칭하고 신발마니아들의 구매 활로를 터주고 있다. 출시 때마다 품절 현상을 낳고 있는 나이키의 조던이나 맥스 등을 구비해 놓고 프리미엄 멀티숍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 최근엔 ‘맥스 97 울트라’나 ‘업템포’ 등을 판매해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24개 매장을 확보한 핫티는 점차적으로 영국의 글로벌 신발 멀티숍인 ‘JD스포츠’로 상호가 변경된다. 지난달 JD스포츠와 조인트벤처를 체결한 슈마커는 기존의 핫티 매장을 JD스포츠로 점차 바꿔나가는 계획이다. 슈마커 관계자는 “JD스포츠가 동북아 지역에 진출하는 건 한국에서 슈마커를 통해 이번이 처음”이라며 “시가총액 5조3,000억원에 달하는 JD스포츠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내 신발 멀티숍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확연한 변화는 아니지만 금강제화의 레스모아도 다각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은평 이마트에 ‘레스모아 스포츠’를 개설했다. 레스모아 관계자는 “가족 단위 고객이 몰리며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대형마트를 레스모아 스포츠의 시작점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레스모아는 80여개의 스프리스 매장을 점차적으로 레스모아 대리점으로 전환해 브랜드를 일원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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