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두산 최주환이 만루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가을야구에서 또 다시 마주친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두 팀은 각각 곰과 공룡을 팀의 마스코트로 삼고 있다. 모두 묵직한 힘이 연상되는 마스코트다.

그래서일까. 올 시즌 두 팀의 플레이오프는 힘이 넘친다. 드넓은 잠실야구장에서 홈런포가 펑펑 터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일 1차전부터 만루 홈런(NC 재비어 스크럭스)이 터지더니, 18일 2차전엔 양 팀 합계 8개의 홈런이 쏟아졌다. 두산 박건우가 1회말 선제 솔로 홈런을 때리자 NC는 2회초 지석훈의 솔로 홈런과 이어진 김성욱의 투런 홈런으로 맞불을 놨다. 이어 두산이 3회말 김재환의 쓰리런 홈런으로 균형을 맞추자 NC는 5회초 나성범의 투런 홈런으로 다시 앞서 나갔다. 5회말 클리닝타임까지 NC가 6대4로 앞섰는데, 양 팀이 뽑은 10득점 중 9점이 홈런에 의한 것이었다.

승부를 가른 것 역시 홈런이었다. 6회말, NC는 선발투수 이재학과 불펜 이민호에 이어 구창모를 마운드에 올렸다. 앞서고 있는 만큼, 필승조를 순차적으로 올린 것이었다. 하지만 구창모는 흔들렸다. 선두타자 김재환과 뒤이은 오재일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6대4의 팽팽한 상황이었기에 NC 벤치는 다시 한 번 움직였다. 플레이오프 들어 불펜으로 전환한 제프 맨쉽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결과적으로 이 강수는 악수가 됐다. 맨쉽은 양의지에게 볼넷을 내줘 만루상황을 만들더니 최주환에게 충격적인 만루 홈런을 허용했다. 두산은 순식간에 역전에 성공했고, 분위기도 가져왔다. 이후 원종현이 투입됐지만 이닝을 끝내지 못한 채 박건우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뒤 또 다시 김재환에게 쓰리런 홈런을 내줬다. 두산은 6회말에만 만루 홈런과 쓰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무려 8점을 올렸다.

NC의 마지막 저항 또한 홈런이었다. 6회말 빅이닝을 허용하며 분위기가 처진 상황에서 스크럭스가 7회초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하지만 더 이상 득점은 없었고, 오히려 5점을 더 실점했다. 경기결과는 두산의 17대7 대승이었다.

이날 양 팀은 각각 4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다만, 두산의 홈런이 더 값어치 있었다. 솔로 홈런 1개, 쓰리런 홈런 2개, 만루 홈런 4개 등 홈런으로만 11점을 홈런으로 뽑은 두산이다. 반면 NC는 솔로 홈런 2개와 투런 홈런 2개로 6득점에 그쳤다. 야구에서 홈런으로 느낄 수 있는 ‘한방’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다만, 투수들에겐 악몽 같은 경기였다. 두산의 선발투수로 나선 장원준은 올해 정규 시즌에서 29경기에 등판해 180.1이닝을 소화하며 12개의 홈런만 내줬다. 선발투수 중에선 단연 돋보이는 기록이다. 잠실을 홈구장으로 쓰는 이점도 있겠지만, 같은 조건의 더스틴 니퍼트와 유희관은 나란히 30경기에서 20홈런을 허용했다. 특히 장원준은 롯데 자이언츠 시절에도 피홈런이 적은 투수였다. 하지만 이날은 하루에만 3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장원준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만루 홈런을 허용한 맨쉽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21경기 112.2이닝을 소화하며 단 7개의 홈런만 내줬지만, 이날은 홈런 한방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두산과 NC의 홈런 전쟁에 잠실야구장도 대형구장으로서의 위상이 다소 머쓱해졌다. 잠실 구장은 두산과 LG 트윈스가 함께 홈구장으로 사용해 한 시즌 144경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 144경기를 모두 합쳐도 홈런은 203개만 나왔다. 반면, SK 와이번스의 홈구장인 행복드림구장에서는 올 시즌 72경기에 217개의 홈런이 터진 바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라이온즈파크에서도 72경기에 195개의 홈런이 나왔다.

이날 잠실 하늘을 수놓은 8개의 홈런은 그 자체로 새 역사다. 먼저,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엔 7개(1999년, 2009년)가 최다 기록이었다. 잠실에서 열린 포스트시즌 경기의 최다 홈런 기록도 당연히 경신됐다. 종전엔 1999년 6개였다. 다만, 잠실야구장 한 경기 최다 홈런 기록을 넘지 못했다. 잠실라이벌 두산과 LG가 2010년 7월 10일 잠실 맞대결에서 9개(LG 6개, 두산 3개)의 홈런 공방전을 펼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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