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공익재단, 공익사업비 124억 vs 주식매입 3,063억
10개 공익법인 공익사업 지출비중, 총수입의 절반에도 못 미쳐
최운열 의원 "공익법인 실태조사 통해 규제 강화 방안 마련해야”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대기업의 공익법인들이 설립 목적을 위해 사용한 지출비 규모가 전체 수입의 절반도 안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삼성그룹 소속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최근 3년간 공익사업비 지출 비중이 총 수입액의 0.6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재단 자금 3,000억원을 넘게 지출한 바 있다. 공익법인이 총수일가 지배력 확보 등을 위해 재단의 자산을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운열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도서관 등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실태를 분석했다. 기업집단 소속 39개 공익법인 중에서 계열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공익법인만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8개 대기업집단 소속 10개 공익법인은 최근 3년 간 공익사업비 지출이 수입 대비 5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중 목적사업비 지출 50% 미만 공익법인 현황. *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수익사업지출로 삼성의료원과 아산병원을 지원하고 있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국회도서관/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실 재구성>

최운열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KT 소속 KT희망나눔재단은 공익사업비 지출이 재단 전체 수입의 18.5%를 기록했다. △GS 소속 남촌재단 19.4% △포스코 소속 포항산업과학연구원 22.2% △금호아시아나 소속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25.2% △LS 소속 송강재단 27.1%, 한진 소속 정석물류학술재단 39.6% △현대중공업 소속 아산나눔재단 48.7%로 나타났다. 공익사업비 지출 비중이 총 수입 대비 50%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특히 삼성그룹 소속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최근 3년간 공익사업비 지출 비중이 1%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 간 총수입액이 4조4,463억원에 달했지만 공익사업비 지출은 약 300억원 정도로 나타났다. 총수입 대비 비중은 단 0.69%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 소속 아산사회복지재단 역시 최근 3년 간 총수입액이 5조6,517억원이 넘었지만, 공익사업비 지출은 552억원 수준으로 총수입 대비 비중이 0.96%였다.

특히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해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삼성SDI가 매각한 삼성물산 주식 200만주를 3,063억원 가까이 지출해 매입했다. 지난 3년간 연간 100억원 수준의 공익사업비를 지출하던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재단 자금 3,063억원을 쓴 것이다. 최운열 의원은 이를 ‘공익법인 악용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최운열 의원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들이 설립취지를 실현하는 공익사업비 지출에는 인색하고, 총수일가 지배력 확보 등을 위해서는 재단의 손실도 감수하면서 재단 자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익법인 설립목적을 실현하는 공익사업비 지출에 인색한 공익재단들은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 규제 회피, 계열사 우회 지원 등에는 적극으로 재단 자금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적립이라는 공익법인의 회계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목적사업비 지출이 50% 미만을 보이거나 재단 자산을 활용해 총수일가를 지원하는 공익법인이 많다”며 “공정위가 더 이상 재벌총수들의 경영권과 지배권 강화를 위해 이용하는 공익법인에 대해 공정위가 더 이상 관대해서는 안 된다. 공정위는 공익법인에 대한 실태점검 등을 시행해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외에도 다양한 규제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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