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의 전 협력사인 태영물류의 김호경 대표가 갑질 피해를 주장하며 19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오늘(19일) 국회에서 열렸다. 공정위의 부실한 업무 처리와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의원들의 날선 질타가 이어졌다. 이같은 규탄의 목소리는 비단 국정감사장에서만 울려 퍼지지 않았다. 국회 출입 정문 앞에는 오전부터 저마다의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1인 시위자들이 넘쳐났다. 이들 가운데는 LG디스플레이 전 협력업체인 태영물류 김호경 대표도 있었다.

“이게 바로 LG가 말하는 정도·상생 경영입니까.”

이날 국회 앞에서 처음으로 1인 시위를 시작했다는 김호경 대표가 상기된 얼굴로 토해낸 말이다. 그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부당한 도급 계약 변경과 대금 미지급, 경영 간섭의 피해를 입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가 밝힌 사연은 이랬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태영물류는 2012년부터 7월1일부터 지난해 6월30일까지 4년간 LG디스플레이의 협력회사로서 계약된 각종 도급 업무를 수행했다. 담당했던 업무는 모듈공장의 최종 출하 외포장, 모듈 제조라인 중간 외간 검사, 제품 신뢰성 검사, 측정검사, 불량선별, 제조라인 내 인물류, 제조라인 세정공정 등이었다.

◇ 전 협력업체 대표, 경영 개입‧도급비 후려치기 ‘갑질’ 고발

계약은 1년 단위로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계약 일방 변경· 도급비 삭감 등 원청의 횡포가 잇따랐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1년마다 계약서는 단가도급 또는 물량도급으로 했지만 인도급으로 도급비를 정산하는 등 수시로 계약을 위반했다”며 “멋대로 수정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물론, 도급비를 일방적으로 삭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의 재무제표 제출을 요구하고 경영에 간섭하는 등 불법파견 논란을 살만한 행동도 했다”고 토로했다.

계약 만료 후 김 대표는 계약 위반으로 7억원의 도급비를 받지 못했다며 이를 청구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를 1차 거부한 뒤, 3억5,000만원의 합의액을 제안했다. 다만 합의서 조항에 책임이 을에게 전가되는 불리한 조건이 있다는 이유로 김 대표가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의 분쟁은 공정거래 조정원으로 넘어갔다.

이후에 벌어진 일은 김 대표를 더욱 분통케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조정원은 ‘물류업체는 하도급법 적용대상이 아니다’라는 원청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건을 각하 처리했다”며 “또 LG디스플레이는 이 건을 외부로 노출했다는 이유로 아예 합의안 자체도 없었던 일로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이같은 조정원의 판정에 강하게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본사 사명에 ‘물류’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사업등록증에는 엄연히 ‘제조업’으로 등록돼 있다. 맡았던 주업무도 물류가 아니었다. 포장, 검사 등을 업무를 수행했고, 공장 라인 안에서 일부 물류를 이동하는 일을 부분적으로 했을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입증할 자료를 충분히 제출했음에도 믿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 분쟁은 공정위로 자동 이첩됐다가 심사 불개시 판정을 받았다.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공정위의 부실한 업무 처리 의혹도 제기했다. 김 대표는 “공정위는 판정 사실도 제때 알려주지 않았다”며 “결과가 안 나와 직접 문의를 한 뒤에야 담당관은 ‘통보서를 받지 못했냐’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 그리고는 본사를 청소업체라고 지칭하는 황당한 말까지 건넸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해당 분쟁 건에 대해 “청소업체 및 운반용역으로, 심사를 개시하지 않는다”고 판정을 했다. 김 대표는 “기본적인 주변 정리의 청소는 했지만 청소용역업체는 아니다”라며 “도대체 제출한 자료를 제대로 검토를 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상식적으로 청소업체라면 단가나 물량도급 계약을 맺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결국 공정위에 해당 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김 대표는 “이 사건은 비단 본사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본사 외에도 다른 하도급 업체들도 이같은 횡포에 고통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 LG디스플레이 “공정위, 하도급법 대상 불인정” 

LG디스플레이가 전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에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김 대표의 주장과는 다른 입장을 전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상호명에도 물류가 들어 갔듯이 구미 모듈 공장에서 물류를 담당했던 업체”라며 “오랫동안 거래한 업체인 점을 고려해 일부 도급비를 보전해주고자 협의를 했는데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공정위에서 하도급법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해당 절차를 따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도급 계약을 임의로 변경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인도급 계약에서 2014년 물량도급으로 양사 협의 아래 변경했다”며 “재무제표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합의액 제안이 백지화된 것에 대해서는 “최대한 회사로서 도리를 다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의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재심 청구와 관련해서는 어떤 내용도 전달받은 바가 없다”며 “향후 통보가 온다면 절차에 따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번 이슈에 관심을 기울일 분위기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실은 이 업체로부터 민원을 접수받은 뒤, 현재 불법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추 의원실 관계자는 “공정위, 본청과 하청업체 간의 불법성 여부가 없는지를 검토해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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