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9차 최고위원회의 겸 최고위원-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사공정규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장의 사퇴서를 받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당 장악 플랜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당 지역위원장 36명과 시도당위원장 12명은 20일 안 대표에게 사퇴를 위임하는 위임장을 제출했다. 제2창당위원회의 지역‧시도당위원장 사퇴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에서다. 하지만 공식석상에서 당에 대한 불만이 공개적으로 제기되는 등 내홍도 여전한 상황이다.

국민의당 제2창당위원회는 지난 15일 “당원주권 수임자들은 모두 내려놓기, 비우기, 새틀짜기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며 전국시도당위원장 및 지역위원장이 재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안을 제안한 바 있다. 국민의당은 이 같은 쇄신안을 시작으로 다른 정당과의 통합 논의도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기로 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및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는 시도당위원장 12명의 사퇴위임서가 제출됐다. 사공정규 시도당협의회장은 이 자리에서 “전원 사퇴는 한국 정당역사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건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당이 소멸되는 것”이라며 “이제 모두 한 톨의 기득권도 다 내려놓고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국민의당 새틀짜기에 동참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불만이 속출했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이날 공개발언을 통해 “대대적인 조직개편, 기득권 내려놓기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다. 제2창당위가 그런 취지에서 제안한 것도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정당역사상 유례가 없는 엄청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당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최고위원은 “당사자들 간의 대대적인 토론 한 번 없이 개별적인 설득과 회유를 통해서 이를 추진하는 것은 정공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후에 커다란 잡음과 반발을 일으킬 수 있도 있다”며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실을 바늘허리에 매 쓸 수는 없다. 공적 체계를 통한 논의가 정당민주화의 기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박주현 여성위원장도 “국정감사 시기에는 정치적인 현안보다는 국감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의 내홍에 쓴소리를 보탰다.

정호준 서울시당위원장‧배준현 부산광역시당위원장‧강학도 경남도당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정당인으로서 당헌‧당규에 근거하지 않은 제2창당위의 시도당위원장직 사퇴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며 “당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시당위원장으로서 맡은바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놓고 당내 찬성파와 반대파끼리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태우 청년위원장은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 하셨던 그 분은 민심을 확인하고 당의 미래를 위해 진행한 여론조사에 대해 쓸데없다고 하고 누워서 침뱉기라고 한다. 정말 미스터리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을 겨냥한 말로 읽힌다.

이 위원장은 “어떻게든 당을 살리고 지방선거를 위해 지역 구석구석에서 뛰는 당원에게 미안하지도 않느냐. 부디 당원들에게 침을 뱉지 마시라”며 “당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달라. 당원에게 귀감이 돼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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