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의 젊은시절 가족사진. 오른쪽이 장남 신유열 씨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롯데그룹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큰 변화를 감행했다. 기존에 내세웠던 비전 대신 질적성장 위주의 새 비전을 선포했고, 주요 계열사 분할·합병을 통해 지주사 체제를 확립했다.

이는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리고, 신동빈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변화였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사실상 승리했고, 새로운 비전 선포 및 지주사 전환을 통해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물론 현재 상황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 신동빈 회장은 가족들과 함께 비리 혐의로 기소됐을 뿐 아니라,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서도 재판을 받고 있다. 또한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에서 롯데마트가 철수에 들어가고, 면세점 실적이 악화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신동빈 회장은 이러한 악재에 개의치 않고, 롯데그룹이 나아가야할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와 함께 한때 일본기업 논란과 함께 땅에 떨어졌던 롯데의 이미지도 어느 정도 제 위치를 찾은 모습이다.

◇ 신동빈 회장 발자취 쫓는 장남, 후계자 등장 ‘첩첩산중’

이처럼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신동빈 회장. 하지만 다른 재벌그룹 총수들에게는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후계자다.

신동빈 회장은 1955년생이다. 아직은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지만, 서서히 미래를 준비할 시기기도 하다. 자녀가 학업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가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재계 자녀들은 학업을 마친 뒤 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하곤 한다. 일찌감치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다른 재벌그룹 자제와 혼사를 맺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의 자녀 중 롯데그룹에 입사한 이는 아직 없다. 심지어 한국에 있는 것도 아니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 굴지의 건설회사인 다이세이건설 부회장 차녀와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이들의 국적은 일본이다. 일본에서 태어났고 일본에서 학업을 마쳤으며, 이들의 배우자도 일본인이다. 심지어 장남 신유열 씨의 결혼식 피로연엔 아베 신조 총리까지 참석했다.

유력한 후계자인 신유열 씨는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밟아왔다. 신동빈 회장과 신유열 씨 모두 일본 도쿄에 소재한 명문사립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을 나와 콜롬비아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뿐만 아니다. 신동빈 회장은 처음부터 롯데그룹에 입사하지 않고 노무라 증권 등 다른 회사에서 잠시 경험을 쌓았다. “다른 사람에게 월급을 받아봐야 한다”는 신격호 회장의 지론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마찬가지로 신유열 씨도 노무라 증권에 입사했다.

신유열 씨가 아버지의 발자취를 계속 따른다면 머지않아 롯데그룹에 입사할 가능성이 높다. 신동빈 회장은 33살에 일본 롯데상사에 들어갔고, 1990년 한국으로 건너온 바 있다. 신유열 씨는 현재 31살로 알려져있다.

문제는 신유열 씨를 비롯한 신동빈 회장 자녀들이 한국에 건너와 롯데그룹에 입사했을 때 발생할 후폭풍이다. 또 다시 ‘일본 기업’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신동빈 회장은 한국으로 건너올 때쯤인 40대 초반에서야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덕분에 그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았다. 신유열 씨도 한국인으로서 응당 책임져야할 병역의무에서 벗어나 있다. 그런 그가 한국의 재벌기업을 이끌 후계자로 등장한다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경영권은 차치하고, 향후 지분이나 재산을 상속하는 문제도 간단치 않다. 이 역시 국부유출이란 논란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모두 감수하고 한국으로 들어와 후계자 코스를 밟는다 해도, 롯데그룹 내부구성원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내부 반발 또는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나마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신유열 씨가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 국적 취득 절차를 밟고, 병역의 의무를 완료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신동빈 회장은 50주년에 맞춰 완공된 롯데월드타워로 처음 출근하며 “롯데그룹을 100년 기업으로 이끌어 갈 새로운 출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100년까지 신동빈 회장이 건재할 순 없는 일이다.

새로운 비전을 내걸고, 새로운 출발을 한 신동빈 회장에게 자녀와 후계자 문제는 향후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