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국민정책포럼이 주최한 선거제도 개편 토론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중심으로 양당의 통합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국민정책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양당이 통합할 경우 자유한국당을 앞서는 결과가 나온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19일 발표된 tbs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도 양당의 상승세가 감지됐다.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1.4% 포인트 상승한 6.3%를 기록했고, 바른정당도 0.7% 포인트 상승한 6.2%로 집계됐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동반하락한 가운데 상승했다는 점에서 양당의 통합논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1/16~11/18 조사. 전국 1,547명 응답.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 응답률 5.2%.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가능>

무엇보다 당사자인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긍정적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안철수 대표는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직접 만나서 얘기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안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정감사 이후인 11월 초 두 사람의 회동을 예상하고 있다.

◇ 지방선거 패배 위기가 도화선

당내 인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권한대행이 회동해 통합 문제를 논의했고, 양당의원들이 소속돼 있는 ‘국민통합포럼’도 통합 움직임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정계개편을 촉발시켰던 홍준표-김무성 통합론보다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송기석 안철수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에 약 30명 정도가 바른정당과 정책연대, 가능하다면 통합까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실 정계개편 움직임은 충분히 예측됐던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개편될 지는 분분했으나,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현 상태로 지방선거를 치를 경우 민주당을 상대로 승산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과 호남에서 경쟁을 벌이던 국민의당은 대선 후 지지세가 추락했고, 바른정당은 물론 원내 2당인 자유한국당도 텃밭에서 조차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정계개편 시나리오 중 하나로 여겨졌다. 중도보수 혹은 중도진보의 영역에 있다는 점에서 이념적 색체가 비슷했다. 물론 영남과 호남, 대북정책 온도차 등 좁혀야할 과제가 산적하다. 그러나 ‘친박청산’이 조건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 보다는 쉽게 여겨진 게 사실이다. 또한 대선과정에서 안 대표가 대북노선에 보수적 입장을 일부 수용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봤다. 두 당의 지방선거 출마예상자들의 지역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도 호재로 여겨졌다.

◇ 안철수·유승민 ‘선거구제 개편’에 사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홍준표 대표와 김무성 고문

다만 양당이 우여곡절 끝에 통합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남아있다. 3당의 존재가 유지될 수 있는 제도가 정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아 존재감 있는 3당이 될 수는 있지만,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는 자민련과 자유선진당의 역사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DJP연합을 통해 공동여당을 경험한 자민련은 국회에서 캐스팅 보터로 영향력을 행사했었다. 그러나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하 양대정당의 벽을 넘지 못하고, 군소정당으로 전락해 흡수통합 당했다. 이회창 전 총재, 이인제 전 의원 등이 몸담았던 자유선진당도 19대 총선 참패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바 있다.

따라서 중대형 선거구제 등이 포함된 개헌논의가 정계개편과 함께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안 대표와 유 의원이 선거구제 개편에 정책연대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안 대표는 “개헌 보다 선거구제 개편이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인준가결을 대가로 민주당이 국민의당에 ‘선거구제 개편’을 합의해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선거구제 개편은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먼저 홍준표 대표 등 자유한국당의 명시적인 반대가 있고, 민주당도 당위성은 인정하나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바른정당 자강파의 한 고위관계자는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내년 2월까지 전체 개헌안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거대 정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개헌은 물론 선거구제 개편도 어렵다”고 비관적으로 봤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