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건설재개’와 ‘원전축소’를 정부에 권고했다. 3개월에 걸친 시민참여단의 공론조사 결과가 근거다. 청와대는 “권고안을 토대로 후속 조치가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로써 큰 부담을 덜게 됐다. 후보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이 밀집한 경남, 부산지역을 찾을 때마다 탈원전과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을 공약했었다. 그러나 이미 공정률 29.5%로 진척된 상황에서 원상회복을 하는데 비용이 상당했다. 그렇다고 공사를 진행할 경우 공약철회에 따른 비판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야권은 신고리 원전 건설문제를 정치쟁점화한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공론조사를 통한 ‘건설재개’ 권고가 나오면서 공약철회의 명분을 얻었다. 무엇보다 ‘원전축소’라는 권고안이 도출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낙연 총리주재로 열린 당정청 회의에 참석한 장하성 정책실장은 “신고리 5·6호기를 완성하되 '탈(脫)원전'을 추진하라는 의미”라고 권고안을 해석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숙의민주주의와 공론화의 성공적 선례를 남겼다는 점이다. 이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사회적 갈등이 심한 사안에 대해 공론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론조사의 첫 실험이었는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면 주인은 국민이라는 명제가 절차적 민주주의 과정을 통해 한 걸음 나갔다는 데 감동적”이라며 “탈원전과 같이 범국민적 공론이 필요한 사안들은 공론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이례적으로 자신의 SNS를 통해 문 대통령의 공론조사 결정을 칭송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공약을 함부로 버릴 수도, 이미 상당히 공사가 진행된 현실을 그냥 무시할 수도 없다는 대통령의 고집에 따라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됐을 대도 믿음을 갖기가 어려웠다”며 “해답은 고사하고 끝까지 유지되기는 할지 의심스러웠다”고 회고했다.

이어 임 비서실장은 “오늘 3개월의 여정 끝에 나온 공론화위원회의 권고 결정 발표를 지켜보면서 놀라움과 함께 경건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며 “공론화위원회가 보여준 또 하나의 민주주의, 내 나라 대한민국과 그 위대한 국민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싶은 날”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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