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연구책임, ‘호스피스·완화의료 인식도 조사 및 홍보전략 개발’ 보고서 주목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웰다잉법(연명의료결정법)’ 시범사업이 오늘(10월23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연구보고서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김병희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인식도 조사 및 홍보전략 개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여전히 ‘연명의료’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진의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인지도는 물론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인식도 낮게 나타나 의료계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연명의료계획서? 의료진 60% 이상 "모른다"
‘웰다잉법’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연명의료의 시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법안의 명확한 명칭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다.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는 연명의료(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인공호흡기 착용)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2018년 2월 본격 시행되고, 이에 앞서 10월 23일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이 법은 무의미한 연명의료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호스피스·완화의료 인식도 조사 및 홍보전략 개발’(연구책임자: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김병희 교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환자 및 보호자 250명 중에서 66.8%가 모르고 있었고, 일반인 500명 중에서는 79.6%가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의료진의 경우엔, 250명 중에서 61.2%가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의료진의 인식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및 연명의료계획서의 상황별 작성 의향은 ‘중증질환 악화 시’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중증질환 악화 시’ 평균 4.32 △‘중증질환 진단 시’ 평균 4.03 △‘건강할 때’ 평균 3.63 순이었다. 이 연구에서는 특히 의료진의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인식도 낮게 나타나, 연구진들은 의료계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호스피스·완화의료, 인식수준 매우 미흡
보고서에 따르면 ‘호스피스·완화의료’란 죽음이 예견된 환자의 마지막 삶의 질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위다.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환자와 보호자의 전반적인 부분을 돌보고 교육하는 행위로, 환자와의 사별 이후에 가족의 슬픔과 고통을 돌보는 총체적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수준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가 살아 있는 환자를 위한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죽어가는 환자를 위한 서비스로 생각하는 국민들이 여전히 많다. 결국, 낮은 인지도와 함께 의료비 부담과 병원의 경제성 같은 제반 문제점으로 인해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형성됐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이에 연구진은 호스피스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Peace 호스피스’라는 캠페인 슬로건을 제시했다. 호스피스를 임종이 아닌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연구책임자 김병희 교수는 “슬로건인 ‘+Peace 호스피스’는 아름답고 존엄한 삶을 위해 생각에 평화를 더하기하자(+)라는 뜻”이라고 설명하고, “한정된 예산으로 보다 효율적인 홍보 활동을 전개하려면 각기 다른 인식에서 출발하는 대상자의 특성에 알맞게 맞춤형 홍보 전략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호스피스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 및 담론 형성, 호스피스에 대한 이해도 증진 및 인식 개선,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호스피스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형성이라는 3단계 홍보 전략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한 법 제정의 목적을 체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인식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라며 “대상자 맞춤형의 홍보 전략을 수립하는 문제가 시급한 당면 과제로, ‘+Peace 호스피스’ 캠페인이 앞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늘부터 시작되는 시범사업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충남대병원 등 13개 병원에서 실시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상담·등록과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행 등 2개 과정으로 진행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살 이상 성인이면 병 유무와 상관없이 작성하고,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 임종 과정 환자가 작성한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설립추진단에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