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3일 환노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여의도 국회=권정두 기자]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제로화 추진의 상징적 존재가 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일영 사장이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진땀을 흘렸다.

국회 환노위는 2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등 6개 지방노동청에 대한 국감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날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은 인물은 정일영 사장이었다.

정일영 사장은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본격적인 오전 질의 시작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과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 등이 정일영 사장의 출석 연기 요청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정일영 사장은 당초 국감 첫날인 12일 출석 예정이었으나, 간사 협의를 거쳐 23일로 일정이 조정됐다. 그런데 지난 20일 재차 출석 연기를 요청했다. 오는 24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국감이 예정돼있어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신보라 의원은 정일영 사장이 금요일 저녁에서야 출석 연기 신청을 했다며 “국감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은 한 발 더 나가 “불출석 의사를 밝힌 만큼, 구인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홍영표 환노위원장은 “국회법상 불출석이 확인된 후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다”며 “현재로선 간사 간 협의에 따라 오늘 오후에 출석하기로 돼있는 만큼, 기다려봐야 한다”고 답했다.

◇ 정규직 전환 졸속 추진 지적 나선 야당 의원들

결국 정일영 사장은 출석이 예정돼있던 오후 국감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리고 야당 의원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받았다.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연말까지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는데, 60개 협력업체 중 46개는 아직 협의가 안 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고, 이에 정일영 사장이 “협의 중이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하자 “두 달 밖에 안 남았는데 그렇게 말 하면 안 된다”고 일갈했다.

또한 임이자 의원은 “비정규직도 소중한 국민이지만,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분들도 우리 국민이다”라며 협력업체와의 계약해지 과정에 법적 문제나 비용 문제는 없는지 물었고, 도급계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정일영 사장은 “내일 국감 준비로 인해 오늘 혼자 왔다”고 난색을 표했으나, 이내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답변은 이후 신보라 의원 질의 순서에서 질타를 받아야 했다. 신보라 의원은 “국회에서 위증을 하면 안 된다”고 입을 뗀 뒤 “임이자 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혼자 왔다고 답했는데,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정일영 사장은 “비서질 직원이 와 있다”며 재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신보라 의원 역시 정규직 전환 절차 및 과정을 지적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계약해지와 관련해 협력업체가 불응할 경우 적극 대응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여기서 협력업체를 노조로 바꾸면 환노위에서 자주 접하는 노조 파괴와 같다”며 “협의와 소통 없이 일방적인 강요에 의해 계약해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일영 사장은 “2012년과 2014년에도 꾸준히 검토한 바 있으며, 내부적으로 이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판단하고 논의를 이어왔다”며 “정규직 전환 추진 관련 가이드라인이 내려지기 전엔 더욱 강력하게 계약해지를 추진하려 했는데, 가이드라인이 내려온 뒤에는 기존 계약만료 기간 단축 시 적절한 보상과 함께 협의가 가능하다는 부분이 있어 이에 맞춰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하태경 의원은 질의 도중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우선, 하태경 의원은 “과거 정일영 사장이 최순실 인사라는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가 있었다.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실무근이며 고발한다고 했는데, 고발했나”라고 물었다.

이에 정일영 사장은 “전혀 사실무근이고, 기사 내용에 직접적으로 제가 지명돼있지도 않다. 다만 기사가 내려갔고(삭제됐고), 처리가 된 것으로 알아 고발까지 하진 않았다”고 답했고, 하태경 의원은 “포털에서는 없어졌지만,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서는 확인이 가능하다. 블로그나 카페로 옮겨진 게시물도 많다. 공직자가 이런 걸 고발하지 않으면 인정하는 것이고,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일영 사장은 “법무실과 검토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어 하태경 의원은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 전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기 시작했는지 캐물었고, 정일영 사장은 “2012년과 2014년, 2015년에도 꾸준히 내부적으로 검토가 있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하태경 의원은 “그건 수십명 수준의 전환이지 1만명의 전환은 아니지 않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또한 1만명 정규직 전환에 대한 내부검토 관련 문서가 있는지 물었고, 정일영 사장은 “공식문서는 아니고, 내부에서 검토한 내용을 정리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 있다”고 답했다.

정일영 사장을 두고 의원들 사이에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동료 의원들의 질의를 지켜보다보니 정규직 전환을 하라는 건지 하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신속한 정규직 전환 추진은 여기 계신 고용노동부와 우리 환노위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정미 의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이 왜 시급한지 언급하며 추가 비용이나 제2터미널 개장 등에 문제가 없는지 물었다. 모처럼 호의적인 질문을 받은 정일영 사장은 한숨을 돌리며 “추가 비용 문제는 없고, 제2터미널은 1월 중순에 예정대로 문을 열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발끈하고 나섰다. 임이자 의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그 절차와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건지 지적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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