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합격자 무효·취소 방안 검토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칼을 뽑았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이며 실업으로 고통 받는 청년들에게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줄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다.

2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일부 공공기관에서 드러난 채용비리를 보면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화 된 비리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라며 이 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 “사회 유력 인사들의 청탁에 의해서 비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채용 비리는 우리 사회의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으로 보여진다”며 “가장 공정해야할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려 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이번 기회에 채용비리 등 반칙과 특권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임해 달라”면서 “필요하다면 전체 공공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채용비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아울러 “청탁자와 채용비리를 저지른 공공기관 임원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민형사 책임과 민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당사자에 대해서도 채용을 무효화하거나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번과 같은 총체적 채용 비리가 또 다시 재발한다면 해당 공공기관과 함께 주무 부처도 무거운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회의에서는 청탁자에 대한 수사, 부정합격자 채용취소와 관련된 법령보완이 주로 논의됐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미비한 법령개선뿐만 아니라 현행법 하에서 가능한 조치도 “의지를 가져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현행 형법으로도 의지만 있으면 (조치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며 “법령이 부족하다는데에만 시각을 두지 말고 현행법으로도 일부는 가능하기 때문에 강한 의지를 당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최근 강원랜드와 우리은행 등 기관에서 채용비리 논란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민주당 이훈 의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3년 강원랜드 채용 당시 최종합격자 대부분이 유력자들의 취업청탁 대상자였다. 청탁자로는 시장, 현역의원, 지역의회의원, 중앙부처 공무원 등 다양했다. 청탁으로 입사했지만, 채용무효 등 제재를 가할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됐다.

강원랜드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우리은행 역시 신입사원 채용 시 국정원·금감원 등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추천을 받았고, 전원 합격시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밖에 한국서부발전, 대한석탄공사, 수서고속철도(SR) 등도 국정감사를 통해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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