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질의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가 23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에 의원들의 질문이 집중됐지만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 김도진 행장, 영화 부실투자 의혹에 진땀

이날 김도진 행장은 일찍감치 국감장에 출석해 주요 현안을 꼼꼼히 체크했다. 본회의 20여분 전에 입장한 그는 서류에 볼펜으로 밑줄까지 그어가며 국감 대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표정으로 입장한 이동걸 회장과는 대조됐다.

오전에는 대부분의 질의가 산업은행에 집중되면서 김 행장이 답변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그를 긴장케한 송곳 질의가 있었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거액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관련 사업 수지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 문제는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에 의해 제기됐다. 박 의원은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담당자는 당시 영화 제작사로부터 투자관련 자료를 받기도 전에 ‘예비검토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관련 자료 요청도 보고서가 작성되기 하루 전에 급히 이뤄진 정황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인천상륙작전 배급사인 CJ E&M은 기업은행이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기업은행 투자를 가정해 배급계획을 세웠다. 또 기업은행은 제작자가 투자 사실을 공개한 1주일 뒤 관련 투자심사를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은행은 2015년 10월29일 기준 영화 11편에 46억원을 투자했다. 영화 한 편당 평균 투자금액은 4억2,000만원이다. 그런데 영화 '인천상륙작전'에는 이례적으로 총 26억2,500만원의 거액 투자가 이뤄져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질의 답변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시사위크>

박 의원은 기업은행의 투자 과정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힘이 행사됐을 것으로 의심했다.

박 의원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을 들었다놨다 하는 권력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 지 궁금하다”며 “이 모든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날카로운 질의에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김 행장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관련 사안에 대해 조사를 하겠다고 답했다.

또 이날 의원 질의에 앞서 기업은행의 자료 미제출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기업은행에 광고 홍보비 지출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기업은행이 단순 총액 자료만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채 의원은 “공시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총액 정보 말고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영업비밀이 아니라면 열람이라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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