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워키 벅스를 이끌고 있는 야니스 아테토쿰보.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데뷔하자마자 해설자와 캐스터를 곤경에 빠트린 선수가 있다. 바다 건너 그리스 출신의 이 선수는 미국인들에겐 생소한 이름 철자 덕에 아데토쿤보·안데토쿤보·아테토쿤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이제 밀워키 벅스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한껏 흥분한 채 ‘아테토쿰보’를 연호하는 중계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국 팬들 사이에선 ‘쿰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야니스 아테토쿰보는 이번 시즌 그야말로 만개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포틀랜드와의 경기에서 44득점을 올리는 등 4경기 동안 147득점·43리바운드와 65.9%의 야투성공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개막 첫 주에 ‘이주의 선수’에 선정된 것은 물론 MVP 레이스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치고나갈 것이 예상된다.

아테토쿰보의 가장 큰 무기는 다름 아닌 신체다. 스몰 포워드가 주 포지션이지만 때로는 포인트가드 역할까지 소화하는 아테토쿰보는 2미터11센티미터의 신장을 바탕으로 언제든지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의 키보다 10센티미터 이상 긴 팔과 110센티미터를 넘는 수직 점프력은 ‘그리스 괴물’이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은 높이를 제공한다.

압도적인 손 크기도 위력적인 플레이에 일조한다. 한 손으로 농구공을 다룰 수 있게 해 주는 손 크기는 NBA에서 중요한 신체요건 중 하나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의 엄지손가락부터 새끼손까락까지의 길이는 7.4인치(18.8센티미터) 가량이지만 ESPN에 따르면 아테토쿰보의 손 크기는 무려 12인치로 30센티미터를 넘는다. 일반적인 휴대용 노트북과도 맞먹는 길이다.

리그 정상급 선수로 거듭나고 있는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아직은 부족한 슈팅능력이 그것이다. 유사한 신체구조를 가진 케빈 듀란트가 리그 최고 수준의 슈팅능력을 보유한 것에 비하면 쿰보의 공격 선택지는 다소 제한적이다.

다만 현 NBA의 전술기조는 쿰보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센터 대신 패스를 바탕으로 한 빠른 농구를 선호하는 ‘스몰 볼’ 트렌드 속에서 아테토쿰보는 마음껏 상대 골밑을 휘젓고 있다. 아테토쿰보의 공격패턴 중 골밑공격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다. 그 자신이 전설적인 선수였던 제이슨 키드 밀워키 감독 또한 쿰보가 최대한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팀 전술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NBA 5년차를 맞은 야니스 아테토쿰보는 94년생으로, 만 22세에 불과하다. 가족에게 택시비까지 몽땅 송금해버리는 바람에 한겨울에 경기장까지 뛰어갔다는 이야기나 고가의 게임기를 구매했다가 고국에서 고생하는 가족 생각에 죄책감을 느껴 팀 코치에게 되팔았다는 일화는 아직 소년다운 그의 마음씀씀이를 짐작케 한다.

그러나 가난한 그리스 이민자 출신으로 NBA의 문을 두드렸던 소년은 어느덧 밀워키의 주축선수이자 NBA가 주목하고 있는 미래 스타로 발돋움했다. 많은 이들이 고대하는 아테토쿰보의 MVP 수상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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