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과 수협이 운영하는 유통점에서 수입산 농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수입 농수산물의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로 나타났다. 사진은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김은주 기자] 우리 농산물 및 수산물 판로 확대와 소비촉진을 위해 설립된 농·수협 공판장 등에서 수입 농수산물이 판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설립취지를 잊은 채 돈벌이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농협은 ‘수입 농산물 판매금지 기준’에 따라 전체 농협판매장에서 수입 농산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농협공판장이나 할인점(하나로마트)에서 여전히 수입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당 간사 황주홍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82개소 농협 하나로마트가 수입농산물 판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황 의원 “농협은 ‘경제 통합 시스템’상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수입 농산물은 전혀 판매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이는 각 개별 농협 하나로마트가 수입 농산물 판매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수입 농산물을 국산 농산물 코드로 판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협이 운영하는 농협공판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농협공판장 수입농산물 취급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5년간 1조1,918억원의 수입농산물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말 5.6% 수준이었던 수입농산물 취급액은 2016년 말 기준 7.3%로 늘었다.

농협뿐만 아니다. 수협이 운영하고 있는 바다마트에서도 수입 수산물 판매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완주 의원이 수산업협동조합(이하 수협)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국산과 수입산 매출액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2016년) 22곳의 바다마트에서 판매된 수입 수산물은 총 39억원으로, 2012년 5억9,000만원에서 2016년 12억원으로 1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입 수산물 중 바다마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품목은 러시아산 명태로 167톤이 5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바다마트에서는 수산물 이외에 농산물, 축산물, 공산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수입 농산물과 수입 축산물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은 2012년 9억9,000만원에서 2016년 11억8,000만원으로 1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축산물은 3억8,000만원에서 6억9,000만원으로 82% 급증했다.

농·수협 유통매장에서 수입 농산물을 판매하고, 외국산 비중이 커질수록 농어민들의 소득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산 농수산물 소비촉진을 위한 판로 확대 및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수입 농수산물 판매 시 매장 운영 자체를 할 수 없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편 농협 하나로마트는 우리 농산물을 51% 이상 취급한다는 이유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대상에도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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