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이 최근 7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을 조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시사위크 DB >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높은 내부거래 비율로 세간의 눈총을 받아온 신세계건설이 홀로서기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최근 7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마련한 것을 두고 자체 사업을 위한 유동성 확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 그렇잖아도 신세계건설은 그간 든든한 버팀목역할을 해준 그룹의 일감 지원이 올해부터 대폭 감소하고 터라, 이 같은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 4년 만에 700억 단기차입금 조달… 그 목적은?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단기차입금 증가를 결정했다. 총 차입금액은 700억원. 지난해 자기자본금(1,280억)의 54.7%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다. 이번 결정으로 신세계건설의 변제기한이 1년 이내인 단기차입금 합계는 기존 150억원에서 850억원으로 급등하게 됐다.

기업에서 단기차입금을 확보하는 목적은 그 사용처가 광범위해 명확하지 않다. 신세계건설은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운전자금 확보”라고만 밝힐 뿐이다. 하지만 최근 신세계건설이 직면한 경영 환경을 봤을 때, 차입금 가운데 상당 금액이 그간 예고해 온 자체 사업 확대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세계건설은 그동안 자금줄 역할을 해준 그룹의 지원이 대폭 줄어들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해 벌어들인 1조4,381억원의 매출 중 국내외 계열사에서만 1조1,798억원(82%)의 일감이 발생했는데, 올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서도 매출의 20%를 책임져 주던 이마트가 당분간 출점을 자제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수익성 감소 위기에 직면했다.

스타필드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종합쇼핑몰은 대형마트와 달리 전국 방방곡곡에 출점시킬 수 있는 업태가 아닐뿐더러, 골목상권 침해 여론이 커지면서 추가 출점은 더욱 어렵게 됐다. 수년간 매출의 대부분을 그룹에 의존해 왔던 신세계건설은 하루빨리 홀로서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 그룹 일감 축소 추세… 자체 사업 진출 가능성↑

일각에서는 이번 단기차입금 조달이 ‘빚 돌려막기’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유동비율이 비교적 건전하다고 평가받는 100%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 회사의 재무상태를 보면 이 같은 얘기는 설득력이 떨어짐을 알 수 있다.

최근 4년 사이 신세계건설의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33%에 불과했던 신세계건설의 유동비율은 해마다 증가해 올해 상반기 65%까지 개선됐다. 비록 100%를 넘지 못했지만, 4년 만에 유동비율이 두 배 가량 증가하며 재무건전성이 크게 회복되고 있는 흐름이다.

유동비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재무 체력이 좋지 않았던 2~3년 전에도 자체 자금으로 견뎌냈던 신세계건설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목적으로 또 다시 돈을 빌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2013년 이후 4년 만에 첫 대규모 단기차입금 조달에 나선 신세계건설이 이 같은 시장의 기대대로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건실한 건설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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