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오너일가의 비리사건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 그리고 중국발 사드보복까지 롯데그룹은 최근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이런 대내외 악재에 굴하지 않고,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을 내걸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양적성장에 집중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질적성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신동빈 회장의 이러한 행보는 여러 논란과 악재를 딛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롯데그룹 핵심계열사인 롯데건설은 신동빈 회장의 ‘뉴 롯데’ 청사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모습은커녕, 과거로 퇴보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지난 23일, 롯데건설이 진행 중인 경기도 용인의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옹벽이 무너지면서 토사가 쏟아졌고, 이에 굴착기가 내동댕이쳐지면서 작업자들을 덮쳤다.

옹벽 붕괴는 건설현장에서 꾸준히 반복되고 있는 사고 유형 중 하나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안전불감증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건설현장 관계자는 “옹벽 주변에서의 작업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잘못 충격이 전달되면 와르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이번에 사고가 난 현장은 옹벽 규모도 큰 편이었으므로 철저한 검토가 선행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뿐 아니다. 같은 날, 롯데건설은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최근 건설업계의 화두였던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와 관련해, 롯데건설이 조합원들에게 금품 및 향응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GS건설 뿐 아니라, 조합원도 이 같은 내용을 신고했다.

재건축 수주전에서의 금품 살포는 단순히 볼 문제가 아니다. 비자금은 물론, 건설 과정에서의 하도급 후려치기, 부실시공 등 또 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또한 재건축 시장을 과열시킬 우려도 크다.

문제는 롯데건설의 이 같은 행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0년에는 재건축 사업 주수를 위해 조합원 890명에게 87억여원의 금품 및 향응을 제공했다가 적발됐다. 이로 인해 홍보용역을 맡았던 회사의 임직원 2명이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고, 롯데건설도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2005년에도 부산에서 같은 내용의 부정이 적발된 바 있다.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전 과정에서 불거진 또 다른 논란 역시 롯데건설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조합원 투표에 의해 재건축 시공사가 결정된 지난 15일, SNS엔 한 음식점 주인의 사진 및 호소가 올라왔다. 400명 예약한 대기업이 이른바 ‘노쇼’를 했고, 이번이 세 번째라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논란의 주인공은 롯데건설이었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회식을 하기 위해 예약을 했다가 수주가 물 건너가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롯데건설은 예약금을 지불했고 사전 설명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대기업의 갑질이란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이처럼 롯데건설은 10월 들어서만 사망사고, 금품살포, 갑질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과연 신동빈 회장이 말한 ‘뉴 롯데’는 이런 모습인걸까.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