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프랜차이즈 가맹본사와 가맹점주의 상생을 골자로 하는 '자정실천안'이 발표됐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측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프랜차이즈 업계의 신뢰 회복을 위한 혁신안이 발표된 가운데 벌써부터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자정안 대부분이 강제성 없이 회원사들의 자발성에 맡기고 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강제성 없는 혁신안… 실효성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자정의지가 담긴 자정안이 베일을 벗었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자정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지 100여일 만이다. 23일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들의 모임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이하 프랜차이즈협회)는 연이은 ‘갑질’ 논란으로 추락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건전한 가맹시장 조성을 위한 ‘자정실천안’을 발표했다.

업계 안팎의 기대 속에서 그 실체를 드러낸 자정안에는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관통하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우선 협회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맹점주들의 단체 구성을 돕기로 했다. 가맹본부 안에 준법기구를 설치하고, 본부와 점주 간 원활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힘쓰기로 했다. 무엇보다 숱한 지적을 받아온 유통 폭리를 근절하는 데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협회가 각계 전문가와 상의해 내놓았다는 이번 자정안을 두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자정안 대부분이 강제성 없이 업체와 점주들의 자율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기한을 못 박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프랜차이즈 협회는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면서도 그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

이번 자정안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의 경우가 그렇다. 앞으로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1년 이내에 점주들로 구성된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해야 한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가맹점주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는 가맹점주들이 뜻을 한데 모으지 못하면 그만이다.

본사는 가맹점사업단체 구성을 방해하지만 않으면 협회로부터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가맹본사가 나서서 가맹점사업자단체를 조성하도록 도와야할 어떠한 의무도 없다. 가맹점주들의 의지에 모든 걸 맡기면서도, 협회는 현재 14%에 머물고 있는 사업자단체 비중을 앞으로 90%까지 올리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만 프랜차이즈 협회는 구성된 가맹점사업자단체에 대해서는 협회 정직원 자격을 부여한다는 ‘어드밴티지’를 내걸었다.

◇ 김상조 위원장 “필수품목 지정 요건 구체화해야”

유통 폭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협회는 가맹점들이 꼭 필요한 물품만을 본사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도록 지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 강제사항이 아니다. 합리적인 필수물품 지정 기준 등을 담은 서약에 가맹본사들이 동참하도록 독려할 뿐이다. 필수물품 선정기준을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가맹본사가 그럴듯한 명분을 대면 딱히 제지할 방법은 없다.

이와 관련 27일 자정실천안 발표회에 참석한 김상조 위원장은 “필수품목 지정 요건을 보다 구체화하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자정안과 관련해 가장 실망스런 부분은 로열티 제도다. 바람직한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된 로열티 제도의 본격적인 도입이 예상됐지만, 이 같은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매출 대비 본사에 로열티를 제급하는 ‘정률제’를 확산시키겠다는 의지만을 드러냈을 뿐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공적기관이 아니라 회원사들에게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프랜차이즈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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