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빈병 재사용을 강화하기 위해 빈병 보증금을 인상했다. 사진은 무인회수기를 통해 빈병을 회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빈병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아진 ‘몸값’의 효과다.

환경부는 올해 빈병 보증금을 인상했다. 무려 23년 만의 인상이었다. 기존에 40원이었던 소주병 보증금은 100원으로, 50원이었던 맥주병은 130원으로 올랐다.

2.5배 껑충 뛴 빈병 보증금 효과는 뚜렷했다. 예전에는 그냥 내다버렸던 사람들이 빈병을 모아 마트 등으로 가져왔다. 소주병을 기준으로, 10병이면 과거엔 400원에 불과했지만 이젠 1,000원을 받을 수 있다. 20병 짜리 한 박스를 채우면 2,000원이다. 조금 수고스럽기는 하지만, 그냥 포기하기 아까운 돈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6일, 서울의 한 중형마트에서는 빈병을 한 박스 모아 가져온 남성을 만날 수 있었다. 이 남성은 “평소 집에서 소주를 즐겨 마시는 편이고, 친구들이 놀러오는 경우도 더러 있어 빈병이 많이 생긴다”며 “빈병 보증금이 오른 올해부터 이렇게 모아서 팔고 있고, 받은 돈은 따로 저금통에 모아두는 중이다. 연말에 얼마가 돼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빈병 반환율 변화 추이. 최근 3년에 비해 올해 수치가 확연히 높다.

<시사위크>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 소비자 빈병 반환율은 꾸준히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었다. 2014년과 2015년 24%, 2016년 30%에 그쳤던 것이 올해는 9월까지 49%로 올랐다. 제도가 막 도입됐던 1월(24.2%)과 2월(42.6%), 그리고 9월(47%)을 제외하면 꾸준히 5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과도기도 있었다. 이전 빈병 보증금이 지급되는 병과 인상된 병이 혼재되다 보니 현장에서 혼란이 일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홍보와 무인회수기 설치 등의 대책이 뒤따르면서 문제는 빠르게 해결돼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초반에는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다 보니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기도 했다. 일부 노인 분들이 보증금 40원짜리를 가져와 100원을 내놓으라며 화를 내 난감한 일도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특히 빈병을 판 뒤 다른 물건들을 사가는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사실 소비자 빈병 반환율이 아닌 빈병 회수율 자체는 큰 변화가 없다. 최근 3년 평균치가 95.7%에 이르고, 지난해에는 97.2%를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97.4%로 소폭 증가했을 뿐이다.

하지만 소비자 빈병 반환율은 재사용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 오염 및 훼손된 빈병은 보증금 반환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재활용으로 배출된 빈병은 수거 및 이동 과정에서 훼손되는 일이 적지 않다. 즉, 소비자 빈병 반환율이 높아질수록 빈병 재사용횟수 및 재사용율도 함께 올라가는 것이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빈병 평균 재사용횟수는 8회 재사용율은 85%다. 반면 가까운 일본은 재사용횟수가 28회에 달하고, 재사용율은 94%나 된다. 독일 같은 경우는 40~50회까지 재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빈병 재사용횟수가 지금의 8회에서 20회로 증가할 경우, 이를 통해 절감되는 신병 제작비는 822억원으로 추산된다.

환경부는 앞으로도 소비자의 빈병 반환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관계자는 “시범 설치된 108개의 무인회수기에 대한 평가가 이달 안에 나올 예정이며, 이를 통해 확대 적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