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이 삼성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관련 금융·과세 당국의 직무유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금융위가 이건희 회장 쪽이 차명계좌에서 4조4,000억원을 세금을 내지 않고 찾아갈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세금을 다시 물릴 수 있을까. 금융위원회가 이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앞서 최용구 금융위원장은 “차명계좌도 (명의자의) 실명계좌이므로 금융실명법상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다”라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행정혁신위원회(금융혁신위)는 해당 사안에 대한 재점검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2008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차명계좌에 있던 예금과 주식을 되찾는 과정에서 이자, 배당소득세 등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산을 차명 관리한 데 대한 과징금 역시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박용진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금융실명제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금융위가 유권해석을 제대로 내렸다면 이건희 회장이 약 2조원의 세금과 과징금을 내야 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특히 박 의원은 “수십 년간 차명계좌를 유지해 이자 및 배당소득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우에 따라 과징금과 소득세를 수조원까지 추징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징수하지 못한 과징금과 이자 및 배당소득세를 추징해 경제정의와 공평과세를 실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당시 금융실명제에 대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유권 해석을 한 것일 뿐, 삼성에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차명계좌도 (명의자의) 실명계좌이므로 금융실명법상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내놨다.

그러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입장과 달리 금융위원회와 금융행정혁신위원회(금융혁신위)는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인출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재점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겨레>는 최근 금융위 고위 간부의 발언을 빌어 “이건희 회장 쪽이 돈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원천징수해야 할 세금을 누락한 일이 없는지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설 방침”이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와 함께 금융행정혁신위원회(금융혁신위)도 당시 금융위의 유권해석이 적정했는지 따져보기로 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쟁점은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이 확인한 삼성 임직원 명의의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에 들어 있던 재산을 ‘비실명 재산’으로 볼 것인지 여부다.  금융실명제법에 따르면, 실명전환 자산의 경우 이자·배당소득의 최대 99%(소득세·주민세)를 금융회사가 원천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금융위원회가 삼성을 봐주는 식으로 부당하게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이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다. 이에 따른 과징금과 배당소득이나 이자 소득세를 추징할 시효도 남아있다.

한편  박용진 의원은 오는 30일 종합국감에서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을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종합국감에서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실명전환하지 않고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이유를 들어야 한다"면서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누가 안내해준 것인지, 누가 이 회장의 계좌에서 돈을 찾아간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학수 전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청은 사실상 무산됐지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이날 진행되는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감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 세금 누락이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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