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 소득세를 인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세부담 증가는 기업투자의욕과 가계소비여력을 약화시킬 것입니다.”

25일 오전 경남 창원 풀만호텔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 71개 상공회의소 회장단은 14만 기업들의 뜻이 담긴 공동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날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전국상공인들을 대표해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과 국민생활의 안정과 행복을 위해 복지확대는 필요하다”면서도 “급격한 복지지출 확대는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켜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국가재정을 고려해 신중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어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소득세, 법인세 등 세율인상 주장이 일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지만 우리의 GDP대비 담세율은 OECD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더 이상의 세율인상은 무리”라며 “세원을 확대하고 조세감면제도를 합리화하는 일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2009년 국내 GDP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3.7%로 OECD 평균(2.8%)은 물론 일본(2.6%)이나 미국(1.7%) 등 주요국들보다 높았다.

최근 대한상의가 전국 제조업체 100여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향후 복지확대 시 실현가능한 재원 마련 정책으로 많은 기업들이 ‘세율인상’(11%)보다는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 세원탈루 방지 등 예산효율성 제고책’(67%)을 꼽기도 했다.

손 회장은 또 “요즘 대선을 앞두고 기업에 부담을 주는 많은 정책들이 거론되고 있다”며 “경제현실이 어려워 한계기업과 가계부실이 늘고 있는 등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 이분법적으로 생산적이 아닌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지방상의 회장들도 “국내외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복지, 세제, 노동 등 여러 정책들이 나오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면서 “기업이 투자를 계속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완화, 세제지원, 자금지원 등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경식 회장은 전국 71개 상공회의소 회장을 대표해 낭독한 ‘경기회복과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공동발표문’을 통해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노동입법의 자제도 당부했다.

손 회장은 “정년 60세 의무화, 청년 의무고용, 비정규직·사내하도급 규제 강화, 근로시간의 급격한 단축 등 기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노동법안은 기업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기업은 개별기업 사정에 맞게 임금피크제 등을 활용한 고용 연장과 비정규직·정규직간의 불합리한 차별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정치권은 정년연장 입법을 유보하고 비정규직 관련 고용유연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란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고 근로자도 임금손실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상공인들은 재정지출 등 정부의 경기부양조치를 촉구하는 동시에 내수활성화와 지역경제활성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회장단은 “내수활성화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관광, 의료, 교육, 문화, 금융 등 서비스산업에 대한 지원강화와 과감한 규제 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건설경기와 부동산거래를 활성화시켜 내수회복은 물론 지역경제를 일으켜야 한다”면서 “SOC투자를 늘리고 취득세 감면과 미분양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내년까지 연장하는 한편 분양가상한제와 다주택자 중과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장단은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는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회장단은 “최근의 환율하락으로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출기업들을 위한 수출금융·보험 확대와 신흥시장 마케팅 활동 지원, 특허분쟁 지원 등 다각적인 수출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실제 수출기업 절반 이상(52.6%)이 최근의 원달러환율 하락세로 피해를 본 것으로 대한상의 긴급조사 결과 드러났으며, 피해기업 4곳 중 1곳(25.9%)은 별다른 대응책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국 상공인들은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을 높이기 위해 R&D 지원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의 국제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졸업시 지원감소로 인한 부담 증가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꺼리는 만큼 중견기업을 위한 세제혜택 등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지방상의 회장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가업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이 상당수 있다”며 “상속세제 개선을 통해 이들의 원활한 가업승계와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회장단은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한 우려감도 나타냈다. 회장단은 “경제민주화 논의과정을 통해 반기업 정서가 조성된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대기업이 활발히 움직이면서 일감을 얻어 와야 중소기업의 일거리가 생기는 것이고 지금과 같이 경제가 위축될 때에는 대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해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상공인들은 사회적책임에 대한 다짐과 대기업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회장단은 “윤리경영, 준법경영을 적극 실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특히 대기업은 우리 사회의 열망과 기대를 직시하고 잘못된 것은 과감히 시정하고 잘하고 있는 부분은 더욱 분발해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높이고 우리 경제의 견인차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경식 회장은 끝으로 “비록 세계경제와 우리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어둠이 오면 곧 밝음이 오듯이 머지않아 경기의 회복이 찾아올 것”이라며 “최근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 유엔 안보리 이사국 진출 등에서 보여준 우리의 역동성이 우리경제에 활력을 계속 불어 넣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박완수 창원시장, 배종천 창원시의회 의장도 참석해 지역경제 현안에 대해 상공인 대표들과 의견을 나눴다. 14만 기업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상의 회장단에는 손경식 회장을 비롯해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 김동구 대구상의 회장, 김광식 인천상의 회장, 손종현 대전상의 회장, 최충경 창원상의 회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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