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은 최근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합격 통보 오류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청년 취업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요즘, 취준생들을 씁쓸하게 만든 소식이 전해졌다. 삼양그룹의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이다.

삼양그룹은 인·적성검사를 실시한 뒤 지난 24일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고지했다. 기다리고 있던 응시자들은 서둘러 홈페이지에 접속해 합격 여부를 확인했다. 그런데 잠시 후 황당한 문자가 도착했다. 합격 고지가 잘못됐으니, 잠시 후 다시 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합격을 확인하고 기뻐했던 응시자들은 이내 날아든 비보에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370명이 불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다. 합격 여부가 번복되면서 불합격에 따른 서글픔은 배가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부모님에게도 알렸는데 어떻게 다시 말씀을 드려야하나”라는 내용도 있었다.

삼양그룹은 전산상의 오류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시험을 치르거나, 불합격자를 합격시켜줄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취준생들의 상처뿐이었다.

◇ 문자 소동 하루 전, 오너일가 4세들은 억대 주식 증여 받아

이처럼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에게 씁쓸함을 안긴 삼양그룹. 공교롭게도 최근 또 다른 행보 역시 일반 청년들을 서글프게 만들고 있다.

문자 소동이 벌어지기 하루 전인 지난 23일, 삼양그룹 오너일가는 주식 증여를 실시했다. 오너일가 2세(창업주의 5남)인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이 3세 및 4세에게 삼양홀딩스 주식 총 9만8,000주를 증여한 것이다. 23일 종가 기준 88억원이 넘는 규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김원 부회장이 3만3,000주, 김정 사장이 3만주를 증여받았다. 두 사람은 김상하 회장의 두 아들이다. 이어 이들의 자녀인 오너일가 4세들도 할아버지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았다.

1997년생인 A씨는 1만5,000주를 증여받아 보유 주식이 2만5,191주로 늘어났다. A양은 김원 부회장의 막내딸이다. 김정 사장의 두 아들은 나란히 주식 1만주를 증여받았다. 1997년생인 B씨는 4만4,551주, 2000년생인 C군은 4만4,358주를 보유하게 됐다. A씨의 보유 주식은 약 22억원, B씨와 C군은 각각 약 40억원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A씨와 B씨가 처음 주식을 보유하기 시작한 것은 6살 무렵인 2002년이다. C군도 8살에 불과했던 2007년 억대 주식을 손에 넣었다.

이 같은 삼양그룹 오너일가 ‘금수저’들의 행보는 합격 문자 통보에 기뻐하다 다시 날아온 불합격 문자로 상처를 입은 취준생 청년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삼양그룹 오너일가 4세들이 할아버지로 억대 주식을 받은 바로 다음날, 삼양그룹에 지원했던 상당수 청년들은 상처를 받았다. 물론 오너일가의 주식 증여와 문자 소동은 개별적인 사안이다. 다만, 삼양그룹을 넘어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삼양그룹 채용에 불합격한 한 취준생은 삼양그룹 오너일가 4세에 대한 최근 주식 증여에 대해 “현실적으로 출발선이 모두 다르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허탈함이 더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양그룹 관계자는 “오너일가 간의 주식 증여는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며 “전산오류로 인해 합격통보 문자가 잘못 발송된 점은 다시 한 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안 그래도 어려운 취준생 여러분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시는 이런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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