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의 운명은 오는 12월 22일 가려질 전망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올해 크리스마스는 ‘해피’일까 ‘새드’일까.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오너일가를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지난 10월 30일 결심공판에서 신동빈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특히 검찰은 이번 사건이 역대 재벌 총수 일가 비리 중 최대 규모인데도 그 중대성과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동빈 회장은 비리를 주도하고, 이를 통해 최대 수혜를 받은 인물로 지목됐다.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단은 신동빈 회장의 주도적 책임을 부인하는 한편, 공백에 따른 여파를 강조했다. 평창올림픽까지 언급했을 정도다. 또한 신동빈 회장은 “롯데를 어느 기업보다 깨끗하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최후진술을 마쳤다.

신동빈 회장의 비리 혐의 규모는 1,750억원대로 알려진다. 가족들에게 부당하게 지급한 급여가 508억원, 계열사를 동원해 롯데피에스넷을 지원한 규모가 471억원,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 롯데쇼핑이 입은 피해가 774억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뒤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재벌에 대한 구형이 확실히 엄격해진 분위기다.

역대 재벌 총수 중 가장 높은 구형을 받은 인물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혐의 자체가 워낙 대규모였다. 20조원대 분식회계 및 9조8,000억원대 사기대출 혐의로 2005년 구속기소된 그는 징역 15년, 추징금 23조원의 구형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법원이 내린 형량은 징역 10년, 추징금 21조원이었다. 다만, 고령과 건강 등을 이유로 법정구속은 면한 바 있다.

횡령 및 배임으로 3,000억원대 피해를 일으킨 혐의로 2011년 불구속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9년과 추징금 1,500억원을 구형받았다. 이후 1심에서는 징역 4년의 실형이 내려졌지만 최종적으로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08년 1,100억원대의 세금 포탈과 배임, 경영권 불법승계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검찰은 그에게 징역 7년과 벌금 3,500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건희 회장에게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1,3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에 3,900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2006년 구속 기소됐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형은 징역 6년이었다. 정몽구 회장은 1심에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5년이 더해졌다.

1,600억원대 횡령, 배임, 탈세 혐의로 2013년 구속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징역 6년과 벌금 1,100억원의 구형이 내려졌다. 그 역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0년대 이후에만 비리 혐의로 재판을 두 번 받았다. 2003년엔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및 2,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징역 6년을 구형받았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보석으로 풀려난 뒤 항소심에선 역시 집행유예 5년이 추가됐다. 2012년엔 동생 최재원 부회장과 함께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징역 4년이 구형된 뒤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년 7개월간 복역하다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이처럼 주요 재벌 총수들의 재판사를 돌이켜보면,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징역 10년 구형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다. 검찰이 신동빈 회장의 혐의를 중대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과거 사건들과 혐의의 규모, 구형, 판결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보면 신동빈 회장이 실형을 피하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다. 과거엔 거센 비판 여론 속에서도 재벌 총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자주 등장했다.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의미하는 ‘3·5공식’이란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무엇보다 재벌 총수 공백이 가져올 경제적 여파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용인됐다. 하지만 최근엔 ‘일벌백계’가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및 실형을 통해 총수 공백의 허상이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무거운 구형과 최근 사회적 분위기 등 신동빈 회장은 결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그는 올해 크리스마스를 롯데월드타워에서 보낼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오는 12월 22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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