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간 살인사건에 제3자 존재 가능성을 제기했다. 피의자 역시 타살로 의심된다는 법의학자의 부검 소견이 결정적 증거였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올해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어김없이 맹탕 국감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수사당국의 발걸음은 이전보다 바빠졌다. 국감장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간 살인사건, 철거왕 이금열 사건, 국정원 마티즈 사건이다. 세 가지 사건 모두 박근혜 정권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피의자도 타살 가능성… 윗선 개입·압력 정황 포착

이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간 살인사건은 재수사가 시작된 상태다. 당초 경찰 측은 의혹만으로 재수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유족이 청부살인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건을 배당하고 기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침을 가했다. 지난달 31일 안전행정위원회 국감에서다. 그는 “결코 (박용수 씨의) 단독 범행이 아니다. 전면 백지에서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피해자 박용철 씨의 살해범으로 박용수 씨를 지목했다. 사촌지간인 두 사람은 각각 북한산 등산로와 중턱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돈 문제로 벌어진 다툼이 참극을 불러왔다며 수사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진선미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현장에서 발견된 범행도구와 가해자로 알려진 박용수 씨의 부검 소견을 검토한 결과, 공범과 타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봤다. “한 사람이 두 가지 흉기(망치, 칼)를 사용했다는 게 부자연스럽고, 사망 후 발생되는 시반을 볼 때 타살된 뒤 나무에 매달렸을 것”이라는 얘기다. 

경찰의 숙제는 ‘윗선’ 수사로 이어졌다. 당장 김기용 전 경찰청장의 이름이 거론됐다. 최용갑 수사관이 철거왕으로 불린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의 횡령과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제대로 마무리 되지 못한 이유로 “김기용 전 청장의 압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그 뒤에 권력의 최측근이었던 서향희 변호사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서향희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올케다. 실제 서향희 변호사는 이금열 회장에게 자신과 특수관계에 있는 법무법인을 소개했다. 해당 법무법인은 사건을 수임했다.

이와 관련,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행위 국감에서 최용갑 수사관과 나눈 문답 내용을 공개하며 “사건 송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용갑 수사관의 말대로 이금열 회장과 정비업자 박모 씨의 범죄사실이 확인되는데 송치조차 되지 않고 사건이 종료됐다”며 경찰의 봐주기 수사를 비판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최용갑 수사관의 오해”라고 반박했으나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여당 의원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철거왕 이금열 사건과 관련 수사 무마 의혹을 폭로한 최용갑 수사관과 나눈 문답 내용을 공개하며 경찰의 봐주기 수사를 비판했다. 해당 사건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올케 서향희 변호사가 연루돼있다. <뉴시스>

◇ 국정원 민간인 사찰 의혹… 국보연 연루설 솔솔

앞서 지난 12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선 2015년 7월 국정원 소속 임모 과장이 마티즈 차량에서 자살한 사건이 재조명을 받았다.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았던 이탈리아 스마트폰 감청 프로그램 도입 과정에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된 것이다. 임모 과장은 감청 프로그램을 국내로 들여온 실무자로, 국정원 사찰 의혹의 핵심 인물이었으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유족이 공개한 핸드폰을 국정원에서 조사하고 있다. 임모 과장이 감청 프로그램 도입 시점에 국보연 관계자들과 이메일을 주고받는 등 긴밀한 관계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며 사실 확인을 주문했다. 현재 국보연 측은 임모 과장과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국정원 출신 김광호 소장이 참석한 회의에 임모 과장이 등장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회의록이 언론에 공개돼 미묘한 파장을 불러왔다.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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