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대일 영수회담'을 요청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서청원 한국당 의원이 최근 수면 밖으로 꺼낸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은 1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시정연설 관련 사전환담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말 없이 국회를 나서는 홍 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다자회동은 거부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단독 회동을 요청하고 있다. 홍 대표는 '실질적인 대화'를 이유로 문 대통령에게 일대일 회동을 요청 중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의 여야 대표 회동 제안에 대해 “국민에게 보여주기식 정치쇼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두 차례에 걸친 제안을 거부했다.

이후 홍 대표는 지난달 26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방미 동행 취재기자들에게 “미국 조야의 분위기와 우리가 취득한 북핵에 대한 대처방안 등에 대해 대통령을 만나 상의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일대일 안보 영수회담을 역제의했다. 그러면서 회담 시기에 대해서는 유연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시기는 문제가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이 원하는 때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해외순방 준비 때문에 여념이 없어 해외순방 전 영수회담 진행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 “해외순방 이후 홍 대표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홍 대표만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바란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홍 대표의 단독 영수회담 제안에 대한 완곡한 거부 입장을 드러낸 셈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국론을 분열시켜 놓고 돌변하는 태도가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고 홍 대표의 일대일 안보 영수회담 제의를 질타했다. 김현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브리핑을 통해 “홍 대표의 방미 과정은 우리 외교현실을 부끄럽게 만든 막말의 향연이었다”면서 이 같이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만났다. 이날 문 대통령은 2018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고, 연설 직전 열린 차담회에서 홍 대표와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특별한 말을 하지 않은 채 여야 지도부의 발언만 경청했다. <뉴시스>

◇ ‘성완종 리스트’ 대법원 판결 앞둔 홍준표

문 대통령이 지난 5·9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 홍 대표와 직간접적으로 만난 것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8·15 광복절 경축식과 지난 8월 18일 고 김대중 대통령 추도식, 1일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사전환담 등이 전부다.

특히 홍 대표는 지난달 27일 일대일 안보영수회담 제안 이후 문 대통령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문 대통령은 홍 대표에게 “오늘은 오셨네요”라고 인사를 건넸고, 이에 홍 대표는 “여기는 국회니까요”라고 짧게 답했다.

이후 문 대통령이 “홍 대표가 미국에 다녀온 것이나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태국에 다녀온 것에 대해서는 따로 대화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홍 대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제안한 안보 영수회담에 대해 스스로 말을 아낀 셈이다. 홍 대표는 이어 문 대통령과의 사전 환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퇴장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행동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내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이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재차 언급한 것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서 의원은 지난달 22일 “홍 대표가 수사 과정에서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수면 아래 있던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끄집어 냈다.

홍 대표는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후 지난 2월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가 나 홍 대표는 현재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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