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해 업계 전반에서 찬성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국내 통신시장에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될 수 있을까. 통신3사가 공식적인 찬성 입장을 밝힌 상황임에도 도입은 여전히 미지수다. LG전자도 내부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그러나 단말기 시장에서 막강한 점유율을 가진 삼성전자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시장 변화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단말기 완전자급제, 급물살 탈까 ‘관심 집중’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통신비 인하’ 카드 중 하나로 거론되는 제도다. 최신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모델의 구입 방식이 가전제품 구매 방식과 동일해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통신사’가 판매에서 빠지는 것이다. 원하는 기기를 구매한 다음 통신사에서 요금제만 선택하면 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찬성’이다. 지난달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여야 의원들이 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 사업자들에게 한목소리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요구한 배경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5.9%가 찬성에 표를 던졌다. 반대가 10.4%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긍정적인 여론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조사는 20세 이상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발표에 난색을 표하던 통신3사는 최근 모두 ‘찬성’으로 노선을 정했다. SK텔레콤을 필두로 KT와 LG유플러스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불협화음을 낼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통신사 모두 국민을 위하겠다며 뜻을 모은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통신3사가 ‘마지못해’ 찬성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통신사 시장 점유율의 고착화 등이 제도의 폐해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 구조가 바뀌는 탓에 유통을 담당하는 계열사의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통신사가 찬성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보편 요금제 도입에 따른 손해보다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최악보다 차악’의 결론을 내린 셈이다.

◇ 삼성전자 ‘미온적’ 태도… “우리는 글로벌 사업자”

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삼성전자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일 한국갤럽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3%로 지배적이다. 10명 중 6명이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하는 셈이다. 이어 애플(18%), LG전자(16%)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국내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지난달 30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고동진 사장이 출석해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둘러 반대한 셈이 됐다.

삼성전자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글로벌 사업자’라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우리는 글로벌 회사”라며 “한국 시장만 가격 조정할 수 없어 시장 기대와는 온도차가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삼성전자의 반대 이유는 제도가 도입되면 단말기를 판매하려는 제조사들의 경쟁이 현재보다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출고가를 인하해야 하는 까닭이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를 상대로 휴대폰을 판매하기 때문에 국내 단말기 가격이 낮아지면 ‘울며 겨자 먹기’로 해외 출고가도 낮춰야 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로 인해 마진이 줄어드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찬성은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탓에 완전자급제 도입 이후 1위 사업자만큼의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결론으로 보인다.

결국 편이 갈렸다. 삼성전자만 ‘반대’ 진영의 외톨이가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가계통신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관련 사업자들의 찬성으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 급물살을 탈 조짐도 보이면서 향후 시장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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