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각이 본격화되고 있는 SK엔카의 직원들이 금속노조 산하 노조를 설립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SK그룹이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차매매업체 SK엔카 매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깃발을 올렸다. 쫓기듯 사업매각에 나선 SK가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엔카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가 선정됐다. 매각 대상은 SK엔카의 오프라인 사업부문이며, 2014년 분할 및 호주 카세일즈홀딩스와 합작으로 설립한 SK엔카닷컴은 포함되지 않는다.

SK엔카는 국내 중고차매매업계에서 단연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가 매각에 나선 이유는 사업확장에 결정적 한계가 있고,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중고차매매사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대기업이 이 사업을 영위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3%를 넘기면 안 된다. 특히 새 정부 들어 5대 재벌 대기업에 대한 상생 요구가 높아지면서, 중고차매매사업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SK입장에선 굳이 중고차매매사업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며 “사업의 한계는 뚜렷하면서 불편한 시선을 받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SK는 새 정부 출범 이후 SK엔카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 소통 없는 매각 추진에 들고 일어난 노조

이처럼 SK가 서둘러 발을 빼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속노조 산하 노조를 설립하며 그동안 당한 부당대우와 밀실 매각 저지를 외치고 나선 것이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금속노조 서울지부 SK엔카지회엔 400여명이 가입했다. 전체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로 파악된다.

이들은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고객들을 응대하며 차를 팔아야 했고,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나와 매장을 청소해야 했으며, 18시 퇴근은 취업규칙에 적혀 있을 뿐이었다”며 “실적에 대한 압박과 적은 기본급, 장시간 근무 등을 견디다 못해 퇴사하는 직원이 많아 국내 3대 그룹의 사업부였음에도 수시채용이 일반화 돼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다. 직원들에게 일언반구 없이 추진된 매각은 이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매각과 관련해 어떠한 설명도 들은 것이 없어, 고용승계 등 생존권과 직결된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노조 측은 “행복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최태원 회장은 이를 실질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 노동자들의 당연한 요구에 성실한 교섭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며 “조합원들을 위협하는 어떠한 부당노동행위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관계자는 “우선 오는 3일 1차 교섭을 요청한 상태이며, 향후 SK 측의 대응에 따라 강력한 투쟁도 불사하는 등 정당한 권리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들어 상생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SK엔카 매각에 박차를 가한 SK가 직원들과의 불통으로 또 다른 논란에 직면하게 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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