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이사를 차기 연준의장으로 지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당초 재닛 옐런 현 의장의 연임 가능성을 포함해 세 후보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현지시각)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빌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이사에게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됐음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파월 이사를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할 수 있는 인물 중 최적임자라고 평가하며 그의 지명이 가져올 영향을 계산하는 중이다.

◇ 왜 제롬 파월인가

2012년부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일원을 맡았던 제롬 파월은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라는 연준의 방침을 일관되게 지지해왔다. 지난 8월 미국의 경제전문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물가상승률이 지난 5년 동안 목표치를 밑돌았다. 성장이 정체됐을 때야말로 더 깊은 인내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비둘기파의 대표였던 옐런 의장과 같은 입장이며, 보다 빠른 긴축을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다소 불만족스러운 대목이기도 하다.

반면 파월 이사가 트럼프 행정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들도 많다. 우선 유명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그룹과 8년간 일했던 만큼 시장친화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파월 이사는 금융회사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도드-프랭크법(대표적인 금융규제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수차례 주장한 바 있다. 기업가 출신에 금융규제 완화를 부르짖는 트럼프 대통령과 닮은꼴이다.

명망 있는 공화당원으로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친분이 있을 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환영받는 인사라는 사실은 파월 이사가 쉽게 상원의 비준을 얻어낼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에게 연준 이사직을 제의한 것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 경쟁자인 옐런 의장이 공화당의, 존 테일러 교수는 민주당의 반대를 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할 만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미국경제 담당자인 미셸 메이어는 파월 이사를 중도실용주의자로 분류하면서 그가 이념에 좌우되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양적완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함으로서 시장의 충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것 또한 파월 이사를 지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다. 기나긴 저금리 시대를 거치면서 유동성의 축복을 누려온 시장은 긴축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텐트럼(긴축발작)’의 재발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파월 이사의 지명은 시장에 호의적인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선택지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역대 연준의장들. <그래픽=시사위크>

◇ 공식발표 기다리는 연준

시장은 파월 이사가 지명됐다는 소식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 달러 인덱스는 2일 94.525로 전날보다 소폭 낮아졌을 뿐 파월 이사가 지명됐다는 소식이 보도되기 전 수준을 유지했다. S&P500지수와 다우존수지수 등 주가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한편 연준은 1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1~1.25%에서 다시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허리케인 피해에도 미국 경제는 여전히 강한 성장세를 기록했다”면서도 노동시장과 물가상승률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 연준은 지난 3월과 6월 기준금리를 0.25%씩 인상시켰으며, 다수의 전문가들은 12월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중이다. CNN은 연준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의장을 공식 지명하기를 숨죽여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제롬 파월의 말·말·말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작업은 느리게 진행돼왔으며, 앞으로도 그래야한다” 
-2017년 10월, 국제금융협회 연례회의에서 갑작스런 통화정책의 변동이 신흥국의 막대한 부채 문제에 불을 지를 수 있다고 경고하며.

“나는 실업률이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더 많은 고용과 노동은 전반적인 임금수준에 상승압력을 가하고 기업가들이 더 많이 투자하도록 유인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바라는 결과물이다” 
-2017년 6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회의에서 미국의 경제지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의 관계는 해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차라리 기업과 근로자들의 물가상승 전망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물가상승률이 전반적인 경기순환에 미치는 영향력은 예전보다 낮다” 
-2016년 6월, 낮은 실업률이 물가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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