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는 2017 프로야구의 주인공이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7년 프로야구가 기아 타이거즈의 통합우승으로 대망의 막을 내렸다.

승부의 세계, 특히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고, 1등이 있으면 꼴찌도 있다. 야구의 경우, 승률을 기준으로 나열한 순위표가 최종 성적표다.

국내 프로야구 특성상 이 같은 성적에 울고 웃는 것은 비단 선수와 감독, 팬만이 아니다. 매년 적잖은 자금을 지원하는 모기업들도 야구팀 성적에 따라 울고 웃을 수밖에 없다.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인 야구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기업이 웃고 어떤 기업이 울었는지 살펴보자.

◇ 홈런공에 맞은 스팅어, 우승 차지한 기아

가장 활짝 웃은 것은 역시 현대·기아자동차다. 기아 타이거즈는 시즌 초반부터 끝까지, 그리고 한국시리즈마저도 완벽하게 정복했다. 전신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이어온 최다우승 숫자를 ‘11’로 늘렸다. 특히 김기태 감독에 대한 믿음과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실시한 대대적인 투자가 빛을 봤다.

기아 타이거즈의 우승은 국내외에서의 판매부진으로 고민에 빠진 모기업에 활력소가 됐다. 모처럼 진출한 한국시리즈에서는 스팅어 홍보효과도 톡톡히 봤다. 비록 상대팀이지만 두산 베어스의 오재일이 1차전에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외야에 설치된 ‘홈런존’을 맞췄다. 이곳엔 기아차가 올해 선보인 야심작 스팅어가 전시돼있었고, 오재일은 스팅어를 선물로 받게 됐다. 또한 엄청난 활약으로 우승을 이끈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되며 역시 스팅어를 부상으로 받았다.

아울러 우승을 기념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가능할 전망이다.

두산 베어스는 아쉽게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지만, 야구명가로서의 위상은 더욱 단단하게 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청와대 재계 총수 간담회에서 두산 베어스를 언급했을 정도다. 올 시즌 중반 심판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에 휩싸인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뚝심이 돋보인 성적이 일정 부분 만회했다.

두산 베어스의 기운을 받은 것일까. 회장 취임 2년차를 맞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별다른 논란이나 위기 없이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NC 다이노스는 올해도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그래도 라이벌 롯데 자이언츠를 준플레이오프에서 꺾은 것은 꽤 큰 의미로 남았다. 또한 NC소프트는 가을야구 기간에 김택진 대표가 직접 출연하는 이색 광고를 내보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시 두산 베어스를 넘지 못한 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시리즈 기간엔 NC소프트 윤송이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이 살해당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야구단이나 모기업이나 현재 분위기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비록 ‘얄미운 라이벌’ NC 다이노스에게 가로막혔지만, 5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더욱이 올해는 롯데그룹 창립 50주년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새로운 비전으로 ‘뉴 롯데’를 선포한 해다. 과거 CCTV 논란 등으로 롯데그룹을 향한 부정적 여론 형성에 한 몫 했던 롯데 자이언츠가 이번엔 제 역할을 했다.

가을야구 막차를 탄 SK 와이번스는 화끈한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홈런공장’으로 거듭나며 역대 팀 최다홈런 기록을 가뿐히 갈아치웠다. 염경엽 단장과 외국인 힐만 감독 체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팬들이 좋아하는 야구 스타일을 갖춰나가기 시작한 점이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든다.

모기업 SK 입장에선 ‘통신 라이벌’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고, 유일하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전통의 명문 삼성 라이온즈는 역대 최악의 시즌을 남기고 말았다. <뉴시스>

◇ 반전이 절실한 한화·삼성·kt

LG 트윈스는 막판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채 뜨뜻미지근한 성적을 남겼다. 다만, 시즌이 끝난 후 보여준 행보에 긍정적인 요소가 있었다. 기존 양상문 감독을 단장으로 올리고, 우승 경험이 풍부한 류중일 감독을 영입했다. 올 시즌 박차를 가했던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LG전자 스마트폰 G6로 개막전 선발투수를 공개하고, LG유플러스의 4.5G 프로야구 생중계 시연 등 적극적인 야구마케팅 활동을 펼친 LG그룹은 가을야구는 아쉬워도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넥센 히어로즈는 오랜만에 가을야구 티켓을 받지 못했다. 2010년부터 동행을 이어오고 있는 넥센타이어에게도 다소 아쉬움이 남을 시즌이다.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는 넥센타이어의 가성비가 10개 구단 중 가장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넥센 히어로즈는 젊은 선수들의 도약이 돋보인다. 이정후라는 괴물신인이 등장했고, 트레이드와 신인지명을 통해 특급 투수유망주를 수집했다. 몇년 내로 창단 첫 우승을 달성하겠다는 각오와 계획이 반영된 결과다. 넥센타이어 입장에선 넥센 히어로즈의 이러한 독특한 캐릭터 자체가 쏠쏠한 마케팅 효과다.

남은 세 팀은 아쉬움이 크다.

한화 이글스는 김성근 감독과 찝찝한 이별을 했고, 성적 또한 신통치 않았다. 최근 몇 년간 이어졌던 대대적인 투자가 아무런 빛도 보지 못했다. 노장선수들에 대한 대우와 김성근 감독과의 이별 과정에선 모기업 한화가 강조하는 ‘의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 10개 구단 중 가장 열성적인 팬을 보유했고, 가장 많은 화제를 몰고 다니는 팀이지만, 이제는 부정적인 역효과가 더 커진 게 사실이다.

결국 한화 이글스는 결단을 내렸다. 팀의 레전드를 감독으로 선임하고, 차근차근 리빌딩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한용덕 감독이 선임됐고, 송진우, 장종훈 코치가 돌아왔다. 한화 이글스가 다시금 한화의 효자가 되는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삼성 라이온즈는 더 최악이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9위에 머물렀고, 각종 지표에서 역대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굳이 더 말할 필요 없이 창단 이후 최악의 시즌이었다.

모기업의 상황도, 야구단의 상황과 다를 바 없었다. 야구장을 종종 찾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심에서 실형을 면치 못한 채 구치소에서 지내고 있다. 모기업과 야구단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당장 희망적인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창단 이후 3년 연속 꼴찌에 머물게 된 kt 위즈도 우울하긴 마찬가지다. ‘워터 페스티벌’ 등 야구를 활용한 마케팅은 좋았지만, 가장 중요한 성적이 또 다시 바닥을 쳤다. FA영입과 트레이드 등을 통해 전력을 강화시켰고, 감독도 새로 바꿨지만 효과가 없었다.

나약한 야구단은 모기업 이미지에도 결코 좋지 않다. 이제는 적어도 꼴찌를 벗어나야할 때가 됐다. 내년 시즌까지 준비기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kt 위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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