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한·중·일뿐 아니라 미국에게도 중요하다. 사진은 지난 9월 UN회의에 참석했던 트럼프 대통령.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다. 일본과 한국부터 시작해 열흘간 5개국을 방문하는 바쁜 일정이다. 아시아 각국이 분주하게 손님맞이를 준비하는 가운데, 대북제재와 자유무역 등 무게감 있는 현안들이 산적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만큼의 외교수완을 발휘할지도 관전 포인트로 뽑혔다.

◇ 무역적자 카드 꺼낼 트럼프

대표적인 무역적자국인 미국은 특히 아시아 국가들과의 거래에서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에서만 3,470억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으며 일본·한국과의 무역적자도 각각 688억달러와 276억달러에 달한다.

균형무역을 주요 정책의제로 제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한·중·일 모두에게 통상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반덤핑 조사와 세이프가드 조치 등 직접 칼을 빼드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한 미국 사절단은 이번 방문에서 각국의 무역제한조치들을 완화하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지난 8월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관세를 38.5%에서 50%로 높인 일본이 대표적이다. 해당 조치는 즉각 미국의 대 일본 소고기수출을 26%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자체검수 면제대상을 연 2만5,000대로 제한하는 한국의 수입규제제도도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최근 불거진 지식재산권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못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2일(현지시각) “중국은 자신들이 미국기업의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있다는 의심을 버리길 요구할 계획이지만, 백악관은 트럼프가 이 문제를 계속 가져가려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전했다. 동 기사는 “양국이 이번 회담에서 적절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는 있어도, 지식재산권처럼 복잡한 문제가 해결되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는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의 발언도 함께 보도했다.

◇ 아시아 경제 주도권 두고 팔씨름하는 미국과 중국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월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체제를 시장경제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중국 상품의 가격은 시장 원칙에 따라 결정되지 않으며,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안티덤핑 전략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 정부도 즉시 성명을 내고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 경제가 일궈낸 수많은 성과들을 무시함으로서 중국 기업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정정을 요구했다.

이는 최근 양국 경제계가 빚어온 마찰을 엿볼 수 있는 단편적인 사례다.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을 지휘하는 두 지도자는 이번 만남에서도 통상현안을 두고 힘을 겨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달 열린 전당대회를 통해 제왕적 권력을 손에 넣은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신이 펼친 고립주의 정책 때문에 다소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대표적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주도로 일본·싱가포르·뉴질랜드 등 12개국이 참여했던 TPP는 관세 폐지는 물론 지식재산권·투자 문제도 폭넓게 다루면서 거대 경제공동체 탄생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가장 큰 경제력을 갖고 있던 미국이 발을 빼면서 현재는 흐지부지된 상태다.

아시아외교 전문가들은 TPP 탈퇴가 트럼프 대통령의 실수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일본 템플대학의 제프 킹스턴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교류를 거부했으며, 인도를 협정에 포함시키길 원하면서도 그것을 뒷받침할 국제협력을 구하지 않았다”며 트럼프식 외교 전략의 모순성을 꼬집었다. 싱크탱크 ‘국가이익센터’의 국방연구담당자인 해리 카지아니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을 탈퇴함으로서 아시아 경제계의 주연 자리를 중국에게 내줬다고 평가했다.

아세안과 한·중·일 정상이 모두 모이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EAS 불참에 따라)중국과 러시아가 영향력을 확대할 여지가 더 넓어졌다”고 보도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미국 행정부가 어떤 외교적 태도를 취할 것인지 확신을 심어주지 못함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낮춰보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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