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오래간만의 상승국면을 맞았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의 석유산업단지.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휘발유가격이 14주 연속 올랐다는 뉴스는 높아진 유가수준을 실감케 한다. 배럴당 브렌트유 가격은 11월 6일 현재 62달러7센트로 2015년 7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으며 두바이유도 지난 3일 60달러의 벽을 넘어섰다. 150달러를 위협하던 2008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난 2,3년간 지속된 저유가 기조가 끝났다고 말하기엔 충분한 수치다.

◇ ‘적정가격’ 찾는 산유국들의 동상이몽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최근 관측되는 유가 상승세의 원인을 설명해준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회복국면을 맞으면서 국제 석유수요가 늘어났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작년 11월 석유생산량을 일평균 18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했으며, 내년 3월로 예정된 감산시한을 연장하는 방안이 현재 논의 중이다. 허리케인 ‘하비’로 멕시코만의 정유업체들이 설비가동을 일시 중단했던 것도 공급량을 낮추는데 한 몫 했다.

기름 가격은 어디까지 높아질까. 블룸버그의 석유전문기자 줄리안 리는 5일(현지시각) 기사를 통해 향후 배럴당 유가가 70~80달러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는 국제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뿐더러 장기간 유지하기도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2014년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셰일석유 열풍이 고유가에 대한 OPEC의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대표적이다. 해당 기사에는 지난 2년 반여간의 저유가 시대에서 교훈을 얻은 OPEC이 이번에는 적절한 가격상승폭에서 만족할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있다.

그러나 ‘적정가격’이 어디인지는 국가별로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베네수엘라가 밝힌 적정유가는 70달러였으며 이라크는 70~80달러를 제시했다. 카타르의 석유부장관은 브렌트유가 60달러를 넘어선 지난 10월 말 “(유가가)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발언함으로서 추가적인 가격상승을 기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반면 비OPEC 회원 중 가장 큰 산유국인 러시아는 OPEC이 다시 과욕을 부릴까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제2의 석유기업 루크오일의 최고경영자인 바기트 알렉페로프는 지난 10월 배럴당 55~60달러를 적정유가로 제시하며 감산합의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했다.

◇ 날개 편 석유산업… 내년 전망은 모호

고유가와 저유가는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유가가 오르면 원자재 값이 상승하지만 동시에 최종품의 가격도 오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달 발표하는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석유제품·석유화학 산업의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9.5%와 41.5% 증가했다. 배럴당 유가가 8달러 가까이 오르는 등 수출단가가 크게 상승한 영향이었다.

IBK기업은행이 지난 3일 발표한 ‘2018년 경제 및 중소기업 전망’ 보고서는 내년 석유화학업황에 ‘구름이 조금 꼈다’고 예보했다. 유가상승이 가시화되면서 공급량 또한 늘어나 가격상승폭을 제약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석유의 공급과잉 가능성은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 저유가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잠시 손을 뗐던 북미·중동 국가들이 다시 적극적으로 석유 관련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다우 케미컬과 엑손모빌이 각각 150만톤 분량의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등 북미지역에서만 2019년까지 850만톤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과잉을 유발해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원유공급량의 열쇠를 쥔 북미 셰일오일의 시추전망은 미지수다. 기업은행 보고서는 “셰일가스 개발 및 수송 인프라 관련 투자의 확대로 에탄의 가격안정 및 공급량 지속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반면 블룸버그는 셰일오일의 생산성이 한계에 봉착했으며, 수익극대점이 예상보다 빠르게 닥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의문을 표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에 따르면 9월 말 950만배럴이었던 셰일오일의 일일 시추량은 한 달 후 920만배럴로 떨어졌다.

한편 세계경제가 내년에도 전반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석유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이 석유화학 제품의 자급률을 높이고 있는 것은 걱정거리다. 한국석유화학협회와 한국무역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까지 70%를 밑돌던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은 지난해 83%로 높아졌으며, 수입률은 15년 대비 2.6%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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