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들어온 KDB생명이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들어온 KDB생명이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에게 손을 벌리는 방법 밖에 없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산업은행은 보다 강도 높은 자구안을 마련하라며 KDB생명의 유상증자 요청안을 되돌려보냈다. 자본 확충이 늦어지면서 신용등급 하향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 자본확충 지연에 가시방석 

KDB생명은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있다.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신용등급, 기업 평판까지 모든 것이 빨간불이 들어와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본 확충이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올해 상반기 128.04%까지 떨어져 업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당국의 권고치(150%)를 밑도는 수준이다. 100% 이하까지 떨어질 경우, 시정조치를 받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는다.

이에 당장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하지만 대주주의 지원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문제는 대주주가 지원에 선뜻 나설 조짐을 보이고 않고 있다는 점이다.

KDB생명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총 5,000억원을 유상증자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반려당했다.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60.3%)와 KDB칸서스밸류사모펀드(24.7%)를 통해 KDB생명의 최대주주로 자리잡고 있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자본 확충의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그 전에 자구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즉 추가적인 허리때 졸라매기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KDB생명은 그간 외부 컨설팅업체의 경영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자체 구조조정 노력을 해왔다. 수익성이 안좋은 점포를 대거 정리한데 이어,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그 결과 170개였던 지점이 100개로 통폐합됐고, 200여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또 상반기 구조조정 과정에서 임원이 대거 축소되기도 했다.

◇ 산업은행, 추가 자구대책 요구 

하지만 이같은 자구 노력이 대주주를 만족시키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대주주가 감당하고 있는 부담이 큰 점이 영향을 미쳤다.

산업은행은 2010년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해 쏟아 부은 자금만 1조원 가까이 된다. 6,500억원에 인수한 뒤 증자와 감자를 수차례 실행해 지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같은 지원이 무색하게 회사는 갈수록 부실화됐다. 매각 또한 수차례나 실패하면서 애물단지 존재가 됐다. 이런 가운데 또 다시 지원을 하게 된 상황인 만큼,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드리운 것이다.

이에 KDB생명은 보완한 자구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만족할만한 수준의 결과가 나올지 의문을 보내고 있다.

우선 인력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인력 감축을 한지 얼마되지 않아, 추가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은 부담스런 상황이다. 회사 측 역시 인력 감축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인력 축소로 기존 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은 상황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사업비 절감 등 예산을 감축하는 방안을 포함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 내로 보안 방안을 마련해 산업은행에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자본 확충이 지연되면서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업신용평가는 지난 9월 KDB생명의 후순위채 신용등급(AA-) 전망을 ‘부정적’에서 ‘부정적 검토’로 변경한 바 있다. 연말까지 유상증자안이 결정되지 않는다면, 신용등급 방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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