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일가의 삼성그룹 지배를 가능케한 보험업감독규정이 개정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금융위원회가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험업감독규정의 일부 내용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삼성그룹 편법지배를 가능케 한다는 비판에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차명계좌’에 대한 기존 해석을 변경, 이건희 회장의 4조4,000억원 상당의 비자금에 대해 과세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도 긍정적인 취지에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6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 나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총수일가가 편법적 방법으로 기업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도 장하성 실장은 “총수 일가의 전횡 방지를 위해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고, 사익편취 규제 적용대상 기업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 “오직 삼성생명, 삼성화재만을 위한 황제특혜 규정”

구체적인 개정이 필요한 사례로 언급된 것이 ‘보험업감독규정’이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보험업감독규정은 이건희 차명계좌 건과 함께 삼성 총수 일가가 누리고 있는 삼성맞춤형 쌍끌이 황제특혜”라며 “삼성그룹 총수일가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과도하게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바탕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업법 106조에 따르면, 대주주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회사의 채권 및 주식을 총자산의 3% 이상 부여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문제는 보험업감독규정에서 산정기준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규정은 삼성생명의 사례에 적용하면 차이는 확연히 알 수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 자산은 약 199조원이다. 법에 따라 삼성생명은 3%에 해당하는 5조9,700억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그런데 박용진 의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시장가격으로 약 32조원대의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취득원가’ 산정기준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취득가격으로 계산하면 5조6,700억원 정도로, 보험업법 기준을 간신히 통과한다.

물론 ‘취득가격’과 ‘시세가격’ 중 어느 것이 합리적인 기준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취득가격’으로 정하고 있는 현행 보험업감독규정의 혜택을 보고 있는 국내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오직 삼성만을 위한 황제특혜 규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삼성전자 주가폭락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이 관건

삼성물산 합병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실제 해당규정에 따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삼성그룹 편법지배를 가능케 만들었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이며 합병으로 논란이 됐던 삼성물산도 삼성생명의 대주주다. 그리고 ‘합병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바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고리로 이 회장 일가가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그 삼성전자가 다시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사실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요구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미 19대 국회에서도 관련 규정 개정을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번번히 금융위원회의 벽을 넘지 못했었다. 그러나 적폐청산과 공정경제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이 회장의 비자금 4조4,000억원에 대해 금융위가 차등과세를 검토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무엇보다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은 금융위 직권으로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보험업법감독규정 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다만 현실적인 부분에서 걸림돌이 존재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주식시장 폭락이다. ‘시세가격’으로 기준이 변경되면, 당장 삼성생명은 대략 삼성전자 주식 26조원 어치를 시장에 내다팔아야 한다. 그럴 경우 삼성전자의 주가폭락을 피할 수 없고, 협력업체뿐 아니라 주식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부를 우려가 있다. 이 같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법률안 등이 발의돼 있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해 처리를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장하성 정책실장도 이를 감안한 듯 “시가 기준이냐, 취득원가 기준이냐는 워낙 오래된 이슈”라면서 “26조라는 큰 차이가 있어 당장 해소하면 시장의 충격이 크다. 국회에서 법률 개정을 추진해서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주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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