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훈 서울고검 검사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와 재판에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데 대해 억울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영장심사를 앞두고 투신 사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검찰 출석 1시간을 남겨뒀을 때다.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는 서울 서초동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구속영장 심사와 관련 상담을 받고 있었다. 표정은 착잡했다. 그는 사무실을 함께 찾은 부인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건물 4층 화장실 창문을 통해 몸을 던졌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목숨을 살리지 못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6일 애도의 뜻을 밝혔다.

투신 전 변창훈 검사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검찰의 수사와 재판에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한 위장 사무실을 차리고 직원의 재판 위증을 교사했다는 것. 그는 2013년 4월 국정원에 파견돼 2015년 2월까지 약 2년 동안 법률보좌관으로 일했다. 댓글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엔 내부 현안 TF에 소속됐다. 하지만 변창훈 검사는 검찰 조사에서 “TF 활동에 적극 개입하지 않아 잘 기억이 안 난다”며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이와 달리 가족과 지인들에겐 억울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창훈 검사의 부인은 이날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에게 “국정원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뒤집어씌웠다. 남편이 원통하고 억울해했다”고 주장했다. 유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이로써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2명의 수사 대상자가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30일 변창훈 검사와 함께 일했던 국정원 소속 변호사 정모 씨가 강원도 춘천시의 한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 과정에서 조사 대상자가 잇따라 목숨을 끊이면서 향후 검찰 수사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7일 변창훈 검사와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과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두 사람은 TF에서 각각 감찰실장과 실무팀장을 맡은 바 있다. 뿐만 아니다.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과 고일현 전 국정원 종합분석국장도 구속했다. 이미 구속 수감된 김진홍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과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을 포함하면 댓글 사건 관련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는 모두 6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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