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GG는 게임데이터산업을 대표하는 회사다. 사진은 OP.GG 박천우 대표. <사진제공=OP.GG>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세이버 메트릭스의 아버지’로불리는 빌 제임스는 ‘프로젝트 스코어시트’라는 이름하에 지원자들을 모아 야구 기록지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델라웨어 대학의 생물학 교수였던 데이브 스미스는 1989년 ‘레트로시트’라는 이름의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빌 제임스의 작업을 이어받았다. 구단과 언론, 일반 야구 애호가들까지 이 단체를 통해 수십 년 동안의 메이저리그 경기내용들을 전산화하는 작업에 매달렸다.

여기에 비하면 PC·모바일게임의 출발선은 훨씬 앞서있다. 이용정보가 태생적으로 전산화되며, 프로선수뿐 아니라 일반 이용자들도 자신들의 기록을 데이터화할 수 있다는 것은 여타 스포츠가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장점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도타·배틀 그라운드 등 수천만 명의 이용자들을 확보한 대형게임의 등장은 시장규모 문제도 부분적으로나마 해소시켰다.

게임데이터회사 ‘OP.GG(오피지지)’는 이 분야의 선두주자다. 해외 스포츠사이트에서 프로선수의 기록을 찾아보듯 내가 플레이했던 경기기록과 성적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게이머들이 OP.GG를 끊임없이 찾는 이유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까지 올라선 OP.GG의 박천우 대표와 만나 게임데이터 개발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본인 및 OP.GG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원래 창업 같은 것을 예전부터 했었는데, OP.GG는 사이드프로젝트 정도로 진행했었다. 친구와 같이 두 명이서 전적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트래픽이 늘어나니까 자연스레 회사도 커지고 사람들도 늘어나게 됐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은 예상 못했다."

-e 스포츠가 기존 스포츠에 비해 데이터 개발·활용 측면에서 가지고 있는 장점은.
"게임데이터는 기존 스포츠보다 다루기 쉽다. 축구·야구 같은 경우는 화면을 데이터로 담는 것부터 문제인데, e스포츠는 그런 문제는 없다. 다만 최근에는 기존 스포츠 쪽에서도 문제점이 해결되면서 데이터정보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 OP.GG는 게임통계플랫폼 ‘BEST.GG’를 통해 퍼포먼스 포인트(PP)를 새 선수평가지표로 서비스하고 있다.
"퍼포먼스 포인트(PP)는 선수를 평가할 때 절대적 승률보다 운영요소라던가, 퍼포먼스를 숫자 2~3자리로 측정하려고 만들었다. 6개 항목 속에 와드를 지우는 운영적 요소도 포함시켰고, 킬도 단순한 킬이 아니라 혼자 만들어냈는지, 팀의 도움을 받았는지 등을 세분화했다. 북미 스포츠통계 플랫폼인 ‘판타지 스포츠’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PP의 개량 및 여타 지표개발과 관련해서는 아직 연구·개발 중인 부분들이 많고, 대외비적 성격도 약간 있다."

- 야구의 WAR같은 경우 수비 포지션마다 가중치를 달리한다. LOL도 역할이 서로 다른 포지션을 하나의 지표로 담아내기 힘들었을 듯한데.
"서포터가 가장 측정하기 힘들었던 포지션이었다. 미드‧원거리 딜러‧탑은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 비슷한 성향을 보이고 측정해야 하는 지표도 비슷하다. 정글은 아예 다른 측정방식을 적용했는데, 서포터는 별도로 측정할만한 지표도 많이 없었다. 구현하는데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맞춰냈다."

-예를 든다면.
"와드 등 시야와 관련한 섹터를 만들었다. 서포터는 이 부분에서 다른 포지션에 비해 점수보정을 조금 더 받는다. 오브젝트와 관련해서도 원거리 딜러를 제외한 다른 라이너보다는 관여도가 높다. 다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포지션끼리 비교하는 게 맞다."

강연하는 박천우 대표. <사진제공=OP.GG>

- BEST.GG가 프로스포츠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이트라면, 얼마 전 베타 서비스했던 ‘OP.GG PLUS’는 일반 유저가 대상이었다. 어떤 내용인가.
"OP.GG에 접속하는 유저들의 가장 큰 니즈는 어쨌거나 게임을 이기려는 것이다. 나를, 혹은 적을 좀 더 알고 싶다는 니즈다. 그걸 어떻게 하면 데이터 통찰이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OP.GG PLUS’는 티어별로 평균치에 못 미친 부분들이 있는지, 어느 부분이 뒤쳐졌고 어느 부분이 평균보다 잘했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또는 이 게임의 어느 시점에서 골드 차이가 벌어지면서 격차가 났는지 피드백을 할 수도 있다. 당장 서비스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고, 내년 초·중순쯤 오픈할 계획이다."

- 게임통계가 어느 부분에서 이용자들의 실제 플레이를 개선할 수 있나.
"LOL같은 경우, 습관적으로 어느 동선을 그리면서 움직이는지 등을 우리가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와드를 이쪽 부쉬에 박을 것인가, 저쪽 부쉬에 박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양자선택 상황에서 ‘어느 위치의 와드가 상대방을 발견할 확률이 높은가’라는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선택지들이 게임 내에 많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 우리가 피드백을 줄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야하는 부분이다.

기존 스포츠업계 사람들을 만나보면 (경기운영 등을) 아직도 감에 많이 의존한다고 한다. e스포츠도 프로선수와 감독, 코치의 감을 더 신뢰하는 부분이 있다. 어디까지 우리가 성과를 내면서 끌고나갈 수 있을지는 노력을 해봐야 하는 입장에 있다. 어느 부분에 대해서는 숫자가 개입할 수 있고, 어느 부분에 대해서는 감이 작용할 수 있다. 그런 요소요소를 계속 연구해나가야 할 것 같다."

- 민간사업자로서 게임데이터산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술적인 발전은 우리가 할 일이지만, 대중들의 동의를 얻는다든가 국제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는 지표를 만든다든가 하는 일은 조금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IP홀더(지식재산권 보유자)가 있고, 프로게임단이 있고, 협회도 있다. 이 부분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게임은 이익을 추구하는 IP홀더와 퍼블리셔가 명확하게 있다. 축구·야구 같은 경우는 주인이 없어서 협회 아래에서 움직일 수 있는데 e스포츠는 다르지 않나. 이용자 입장에서는 누구 것도 아니고, 게임사 관점에서는 자신들 것이다. 블리자드·밸브 같은 IP홀더들이 좀 더 나서줘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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