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 8명의 재입당을 승인하면서 당내 계파가 친홍준표계, 친박근혜계, 친김무성계 등 3개로 분화됐다. 이들 계파는 오는 12월 원내대표 선거와 서청원 최경환 의원 징계 등을 둘러싸고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바른정당 탈당파 재입당 국회의원 간담회에 참석한 홍준표(왼쪽 두번째부터) 대표와 김무성 의원 등이 만세를 부르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정우택 원내대표, 홍 대표, 김 의원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9일,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 8명에 대한 재입당 승인을 내리면서 기존 107석에서 115석으로 덩치가 커졌고, 당내 권력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친박계가 김무성 의원 등의 재입당과 홍준표의 ‘친박청산’에 거세게 항의하면서 계파갈등은 여전한 모양새다. ‘내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선 ‘덩치만’ 커졌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김무성·강길부·김영우·김용태·이종구·정양석·홍철호·황영철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입당간담회에 참석해 10개월만에 한국당 재입당을 공식화했다.

이 자리에서 김무성 의원은 “서로간의 생각의 차이나 과거 허물을 묻고 따지기에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 생각했다”며 “문재인 좌파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한 보수대통합 대열에 참여하게 된 것을 의미있게 생각한다”고 재입당 소회를 짧게 밝혔다.

홍준표 대표도 이에 화답하듯 “정치적 소신이 달라 당을 변경했던 분들이 다시 재결합했다. 여러가지 설이 분분하지만 좌파정부가 폭주기관차를 몰고가는데 대해 우리가 공동전선으로 이를 저지할 수밖에 없다”고 김 의원 등의 재입당 명분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친홍준표계 의원들의 주도로 진행됐던 김 의원 등 이른바 친김무성 세력의 입당에 즉각 반발했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이들은) 우리 당이 망하기를 바라며 뛰쳐나갔다가 안 망하니까 다시 슬며시 기어 들어오는 것”이라며 “보수대통합, 웃기지 마라. 탈당해서 당 만들 때도 보수통합하려고 만들었나”고 김 의원 등의 재입당에 거칠게 항의했다. 이어 “북풍한설(北風寒雪)에도 당원들이 피눈물로 당을 지켜왔는데 침을 뱉고 떠난 자들의 무임승차는 있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태흠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지난해 말 보수우파 정치세력을 분열시키고 모진 언행으로 당원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떠났던 9명의 국회의원이 진솔한 사과나 설명없이 오늘(9일) 우리 당에 다시 입당한다. 이런 게 정치인지 회한이 밀려온다”면서 김 의원 등 재입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장우 의원과 함께 홍 대표를 향해 서청원·최경환 ‘출당권고’ 징계와 동일한 잣대로 김 의원도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6일 SNS에서 “김 전 대표는 한국당을 입당하기 전에 당원과 국민들께 지난 공천 파동, 선거 패배, 분당 책임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21대 총선 불출마 및 정계 은퇴 선언을 한 후에 입당하는 것이 당원과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지적한 바 있다.

◇ 친박·친홍·친김… 3파전

김무성 의원 등 이른바 친김무성계 의원들이 지난해 대규모 탈당 이후 올해 20여명 가까이 한국당으로 돌아오면서 당 계파 지형도는 ‘친홍준표·친김무성·친박근혜’ 등 3개로 늘어났다. 먼저 친김계는 3선의 김성태 의원과 김학용 의원 등 지난 5월 바른정당 1차 탈당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과 9일 추가 탈당한 그룹 등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지난 7월 홍준표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새롭게 구축된 신흥 계파 친홍계는 홍문표 사무총장, 염동열 당대표 비서실장과 홍 대표가 도지사 시절 경남 행정부지사를 지낸 윤한홍 의원 등이 대표 인사로 분류된다. 친박계는 서청원·최경환 의원을 필두로 홍문종·윤상현·이장우·김진태 의원 등 이른바 ‘친박 8적’과 초·재선 의원 그룹 일부로 분류된다.

이들 당내 3대 계파들은 오는 12월 치러질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1차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친김계이지만 지난 대선에서 홍 대표를 지지했던 3선 김성태 의원,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 등의 출마가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당 내부에서는 차기 원내대표 선거의 경우 친김계와 친홍계가 손을 잡고 친박계를 밀어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는 친박계가 홍 대표의 ‘친박 청산’에 반발하면서, 김 의원 등 바른정당 탈당파의 재입당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외에도 원내대표 선거 이후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 징계안 처리 과정에서 친박계와 친김·친홍계간 갈등도 예고 돼 있어 향후 한국당이 계파 갈등으로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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