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인니 비즈니스포럼에서 인도네시아 기업 CEO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신남방정책’의 본격적인 출발을 선언했다. 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인니 비즈니스포럼’에서다. ‘신남방정책’은 ‘신북방정책’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의 핵심 축이다.

기조연설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경제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아세안은 지속적으로 5~6% 성장을 계속해오고 있기 때문에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신남방정책을 인도네시아에서 발표한 것은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국가 전체 규모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국가이면서 미국을 제외하고 우리의 최대 방위산업 수출국가라는 점을 감안했다.

◇ 아세안은 ‘생산기지’ 아닌 떠오르는 ‘소비시장’

‘신남방정책’의 핵심은 ‘세일즈’다. 이전까지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아세안 국가들은 저렴한 노동력을 갖춘 ‘생산기지’로서 주목받았었다. 이미 삼성과 엘지 등 주요 기업들은 베트남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가 눈부신 성장을 거둔 만큼, 이제는 관점을 전환해 ‘거대한 시장’으로 보고 접근하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2의 중국”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는 중국과 미국으로 한정된 우리 교역대상을 확대해 시장을 다변화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사드로 인한 중국의 통상보복을 경험했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회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장 다변화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일러 4강 외교에서 탈피해 균형외교를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균형외교는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번영을 위해서 우리 한국외교의 지평을 더 넓히겠다는 것”이라며 “중국도 포함되고 아세안, 러시아, EU 국가들과의 외교관계를 다변화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었다.

◇ 중국 등과 경쟁할 문재인 정부의 승리 전략은 ‘호혜평등’

문재인 대통령이 한-인니 비즈니스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재미있는 것은 문 대통령의 접근전략이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큰 호의를 가지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제가 정말 많이 닮은 것 같다”는 식의 ‘관계’를 강조했다. 중국·일본 등 경쟁국가들이 경제규모와 자본으로 승부한다면, 우리는 ‘호혜적 관계’로 극복해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한 효과를 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세안 현지사정에 정통한 베트남의 한 소식통은 “‘메이드인차이나’가 지금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동중국해 문제로 베트남은 중국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 좋지 않다. 중국에게 무역보복을 당했던 필리핀도 마찬가지”라며 “평등하고 호의적인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진출을 모색한다면, 충분히 빈틈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아세안 시장 개척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여 국내에서의 기대감도 크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체인 아세안은 시장이 세분화 돼 있어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중소기업에 더 적합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시장을 전세계로 넓히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비즈니스포럼에서는 한국 98개, 인도네시아 150여개 기업이 참석하는 등 양국의 주요 경제인들이 다수 모여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진행된 사전 환담에서는 로산 루슬라니 리캐피탈 그룹 회장, 신따 깜다니 신테사 그룹 회장,  마스 위그란또로 로스 스띠야 카라카타우 철강 회장, 프랜키 웰리랑 살림그룹 Indofood 대표 등이 참석, 인도네시아의 높은 관심도를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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